3조3000억달러 큰손 “화교자본을 한국에 모시자”

  • 입력 2005년 3월 9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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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華僑)들은 “자본주의 국가 중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 하나도 없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화교는 2만2000명으로 80%는 중국요리점을 운영한다. 1960년대 초반 10만 명을 웃돌던 화교가 이렇게 줄어든 데는 한국 사회의 차별이 작용했다.

정부도 국내 화교자본의 성장을 막기 위해 1961년 외국인 토지소유 금지법을 도입하는 등 은연중 화교 자본을 차별해 왔다. 많은 화교들이 “우리보고 자장면만 팔라는 말이냐”고 반발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40여 년간 화교를 냉대하던 한국정부의 태도가 최근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일본으로 내정된 ‘8차 화상(華商)대회’를 치열한 로비 끝에 한국으로 유치하는 등 화교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화교경제인의 경제올림픽인 ‘8차 화상대회’를 과거 서먹했던 양측의 관계가 서로 상생(相生)의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화교자본의 ‘네트워크’를 잡아라=최근 화교자본은 동남아를 벗어나 전 세계에 진출하는 한편 사업내용도 다각화하고 있다.

전 세계 화교는 약 6000만 명. 이들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3조3000억 달러를 굴리는 ‘경제 거인’이다.

그동안 전 세계 화교의 90%는 홍콩, 대만 등 동남아에서 활동해 왔다. 동남아 인구의 6%에 불과한 이들은 부동산, 유통, 금융, 무역 등 서비스 분야에 집중해 동남아 경제권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그러나 동남아에도 자유화, 개방화의 바람이 불면서 화교가 장악한 업종들이 위기를 맞게 됐다. 부동산은 포화상태에 달했으며 금융과 무역 역시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

화교자본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 기술 산업과 제조업, 방송과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 서비스업 진출에서 해법을 찾았다. 동남아에 안주하던 화교자본이 새로운 사업무대를 찾아 동북아, 유럽, 미국 등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

▽화교자본의 힘=화교자본의 파워는 화상대회를 치른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해인 1997년 4차 화상대회를 유치한 캐나다는 홍콩 화교들의 대거 이민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았다. 개최지였던 밴쿠버는 ‘홍쿠버’(홍콩과 밴쿠버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

1999년 화상대회를 개최한 호주 멜버른 역시 당시 홍콩과 대만 화교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 침체했던 경제가 되살아났다.

이에 따라 한국도 화상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국의 화교들도 한국정부를 적극 돕고 나섰다. 그 결과 2001년 6차 난징(南京) 화상대회에서 이미 일본으로 잠정 결정된 8차 대회 유치국이 2003년 1월 한국으로 바뀌었다.

한국중화총상회 원국동(袁國棟) 회장은 “화상들도 한중간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있고 새로운 해외투자처를 적극 물색하는 상황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의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거물급 인사의 대거 방한(訪韓)=이번 화상대회에는 거물급 기업인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시아 최대 부자인 허치슨그룹 리자청(李嘉誠) 회장과 말레이시아 대표기업인 마인스집단의 리금유 회장 등 거물급 인사가 한꺼번에 입국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등 정치인들도 입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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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세계 화상대회:

세계 화교 기업인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2년마다 열리는 대회.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주창으로 1991년 창립돼 싱가포르 홍콩 태국 캐나다 호주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개최. 올해는 10월 9일부터 3박4일간 서울에서 8차 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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