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경제계 뜨거웠던 말말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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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은 어지러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경제 분야 ‘말’이 유난히 많았다. 특히 ‘시장경제’와 ‘성장동력 추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슈가 되면서 올해의 핵심적인 화두(話頭)가 됐다. 정부 및 정치권, 경제계에서 쏟아져 나온 ‘말말말’ 가운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발언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를 정리해 본다.

▽“요즘은 한국이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7월 19일 본보와의 심야인터뷰에서)=올해 나온 경제 분야 말 가운데 가장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말로 꼽힌다.

2월 10일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으로 취임한 이 부총리는 취임 이후 한동안 청와대 여당 등 범여권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 386세대’ 등과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여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주식 백지신탁제도 등 자신의 정책 방향과 다른 ‘비(非)시장경제적’ 정책을 쏟아내자 이 부총리는 7월 14일 한 강연에서 “386세대가 정치하느라 경제하는 법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위기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 5월 15일 대국민담화)=학자와 재계, 민간경제연구소 등은 “한국 경제가 위기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일부 인사들은 ‘개혁’을 원하지 않는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제위기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안국신·安國臣 중앙대 교수, 8월 12일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안 교수의 발언은 현 정부의 정체성을 둘러싼 좌파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발언이었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참여정부는 좌파적 성향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호 비행기는 추락 중이다”(현명관·玄明官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7월 29일 전경련 제주포럼에서)=현 부회장은 “한국호 비행기는 1960년대에 이륙해 90년대에 1만 피트(소득 1만 달러)까지 뛰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날아갈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 경제 상황을 빗대 말했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명분과잉’과 관련해 쉽게 말하기 어려운 내용도 직설적으로 말해 자주 화제가 됐다. 그는 11월 4일 서울대 특강에서 “어느 사회든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하수구가 필요한데 모두 막고 참으라고만 하니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망하고 경제도 엉망이 됐다”며 성매매특별법의 부작용을 비판해 여성계와 갈등을 빚었다.

▽“경제선장은 부총리, 나는 등대”(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12월 17일 언론인 초청 국정과제 간담회)=‘성장론자’ 이 부총리와 ‘분배론자’ 위원장은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자주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갈등이 1가구3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두고 최고조에 이르자 이 위원장은 ‘부총리가 한국경제호를 이끄는 선장’이라고 강조해 ‘불끄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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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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