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깜깜’…내년 상장-등록 예정기업 85곳 그쳐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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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주식을 처음으로 공개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장외기업이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을 피해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여력이 줄면서 장기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본보가 27일 올해 공모 실적이 있는 1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5년 기업공개(IPO)를 위해 상장(등록)심사를 신청할 예정인 기업은 85개로 집계됐다.

16개 기업이 유가증권시장(현 증권거래소) 상장 심사를, 69개 기업이 코스닥시장 등록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상장(등록)심사 신청 기업 111개에 비해 23.4% 줄어든 것.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가 신청 건수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상장(등록)심사 신청 건수는 △1999년(9∼12월) 144건 △2000년 327건 △2001년 361건 △2002년 340건 △2003년 126건 등으로 2001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경기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기업 실적이 부진하고 내년 1월 통합거래소 출범 후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

증권집단소송제 시행으로 기업들이 상장(등록) 후 소송을 당할 부담이 커진 점도 장외기업이 기업공개를 외면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코스닥 입성을 포기한 한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배당 요구가 경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IB영업본부 김종일(金鍾逸) 팀장은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데다 통합거래소의 질적 심사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아 기업공개 신청 건수는 계속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 공개매각 등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金周勳)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공개로 조달한 자금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쓰여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며 “기업이 금융권에만 의존하면 이자 부담이 커져 경영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사업을 하다 자칫 실패할 경우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는 점도 문제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가 다시 오르면 자금난에 봉착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상장(등록)심사를 신청할 예정 기업 가운데 동양강철과 대한제강, 동일산업, 제일연마, 리바트, 쏠리테크 등의 실적이 양호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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