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불공정 경쟁” LGT-KTF 주장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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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너무 잘하는 걸까, 아니면 이동통신시장 ‘게임의 룰’이 SK텔레콤에 유리하도록 짜여져 있는 걸까.

LG텔레콤 남용(南鏞)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번호이동 시차제나 접속료 차등화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구도와 관련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남 사장의 주장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드러난 능력의 차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SK텔레콤과 KTF가 LG텔레콤의 가입자를 빼내갈 수 있게 되자 LG텔레콤 측이 선수를 쳐서 불공정 경쟁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후발 통신업체인 LG텔레콤과 KTF 측은 “SK텔레콤의 독점적인 위치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어 ‘불공정 경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발 업체들이 가장 문제를 삼는 불공정 경쟁요소는 주파수.

LG텔레콤과 KTF 측은 “황금 주파수인 800MHz대를 SK텔레콤이 독점하고 있어 PCS사업자들이 아무리 기지국에 투자를 해도 통화품질의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800MHz대가 1.8GHz에 비해 주파수의 효율성 측면에서 약간 유리하지만 경쟁상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받아치고 있다.

‘선행주자의 프리미엄’을 둘러싸고도 양측의 이견이 팽팽하다.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1997년 후발 통신업체들이 뛰어들기 전까지 한국이동통신공사 시절을 포함해 14년간 가격인하 한번 없이 안정적인 독점이윤을 누려온 반면 후발업체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가격인하 압력으로 이윤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1997년 후발사업자들이 PCS사업을 시작할 때는 경쟁구도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능력이 달리니까 불공정 경쟁론을 퍼뜨리고 있다”며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의 합병 이후 접속료 차등제, 번호이동 시차제 등 이미 과도한 정부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양측 입장을 뒷받침하는 상반된 주장들이 나와 제3자가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한편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석제범(石濟凡) 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번호이동성 정책 등 경쟁 촉진 정책에서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내년에 휴대 인터넷 등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시장이 불공정한 경쟁구도인지는 내년 말에나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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