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채권대란 경보’… 자금난 일부 건설사 ‘시한폭탄’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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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을 30억 원 이하 단위로 거래하는 소액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연말까지 BBB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돈은 모두 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BBB등급은 투자등급이지만 ‘투기등급’ 바로 위의 단계로 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BBB등급 회사채의 소액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은행 금리의 2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소 증권사가 개인에게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를 사도록 권유하는 일이 많아 거래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BBB등급 채권 거래액과 발행액 늘었나=30억 원 이하 자금으로 BBB등급 회사채를 사는 주체는 개인과 상호저축은행, 중소 보험사, 신용협동조합 등이다. BBB등급 기업은 저금리 덕분에 종전보다 싼값에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어음(CP) 등 기존 단기 차입금을 갚았다. 특히 건설회사는 땅을 사기 위해 이 자금을 주로 쓴 것으로 분석된다.

▽BBB등급 채권대란 우려=채권 전문가들이 채권대란을 우려하는 이유는 일부 기업의 신용위험과 채권 중개인의 투기적 매매 등 크게 두 가지다.

기업의 신용위험은 일부 건설회사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되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한 채권평가회사 관계자는 “2003년부터 신행정수도 건설로 부동산 경기가 뜰 것으로 보고 빚을 내 땅을 산 건설업체들이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BBB0 등급인 A 건설사의 경우 상환하지 않은 회사채와 보증채무가 자본금의 4.5배 규모인 67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조정 시기를 앞두고 채권 중개인들이 도박하듯 회사채를 매매하는 것도 시장을 출렁거리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도미노식 붕괴 대비해야=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BBB등급 회사채 금액은 모두 3조1617억 원으로 올해 같은 기간(2조7783억 원)에 비해 13.8% 많다.

10여 개 건설회사가 발행한 채권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부도를 낼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해당 기업 채권을 편입한 펀드에 환매 요구가 쇄도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은 급락)하게 된다. 아울러 채권 중개인들이 회사채를 기피하면서 우량 채권까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채권 손실액이 은행, 투신사 등 대형 기관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병철(金炳哲) 상무는 “채권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만큼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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