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發 ‘음악산업 혁명’… CD대신 MP3 감상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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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대형음반매장 ‘뮤직랜드’ 폐쇄, 서태지 신곡 ‘워치아웃(Watch Out)’을 KTF를 통해 발표, 이동통신사 음악 산업 진출 선언, 음반시장보다 커진 통화연결음 및 벨소리 시장….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큰 변화 없이 진화해온 음악 산업이 최근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음악 산업 혁명’의 진원지는 한국.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구환 이사는 “디지털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음악 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결국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명을 불러온 환경은 음악이라는 상품을 담는 ‘그릇’이 CD에서 MP3파일로 바뀐 것.

초고속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 불법복제가 성행해 주력상품인 음반시장이 대폭 축소되면서 음반 제조자이며 유통상인 음반회사와 소매상인 레코드 가게가 몰락해가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음악시장=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은 음반사와 레코드가게에 직격탄을 날렸다. 1998년 1만 개에 이르던 레코드 가게가 이제 500여 개도 남지 않았다. 불법복제가 성행하면서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1997년 4104억 원을 정점으로 꺾어지기 시작해 금년에는 1099억 원(추정)으로 축소됐다.

대신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벨소리 및 통화연결음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이 음악 상품의 시장규모만 연간 2100억 원을 넘어섰다.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방문한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배경음악 서비스’라는 새로운 상품도 생겨 연간 300억 원을 넘는 시장으로 커졌다.

▽이동통신 회사의 음악 산업 진출=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최근 ‘멜론’과 ‘뮤직 온’이라는 음악 내려받기 사이트를 개설했다. 음반회사 및 레코드 가게의 역할을 이동통신회사가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

신원수 SK텔레콤 뮤직사업팀 부장은 “현재 음반시장의 60%가 불법복제로 잠식됐지만 불법복제를 막는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이동통신 회사가 음악 산업의 유통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사의 대응=이동통신 회사들이 유통망을 장악하더라도 불법복제 문제만 해결되면 음반회사들은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음악 유통시장을 놓고 이동통신 회사와 경쟁을 벌일 음반사도 한두 곳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함용일 서울음반 사장은 “미래의 음반사들은 가수와 작곡가를 발굴해서 육성시키는 기획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회사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음반사는 대중의 기호를 읽어내 작곡가와 가수에게 특정한 음악의 창작을 주문하는 등 일종의 마케팅 회사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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