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제법안, 입으로는 “규제철폐”…法으로는 투자발목

  • 입력 2004년 12월 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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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개혁입법’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경제정책과 관련 법안들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규제 철폐’ ‘투자하기 좋은 여건 조성’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법안에는 기업투자를 막는 요소들이 많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경제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2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시도했으나 의결수 미달로 실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케이스.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기업의 출자총량을 사전에 제한함으로써 신규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를 철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재계나 관료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이렇게 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누가 국내에서 기업을 하겠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외국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경제단체에서 국회에 법개정을 청원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경우 과거 분식(粉飾)회계에 대한 사면조치가 결정되지 않아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선 여권 고위 관계자도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제도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글로벌 스탠더드’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기금관리기본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재계는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직접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기업도시특별법안의 경우 기업도시 내의 교육기관과 의료기관 설립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인데도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의 반대로 오히려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이 밖에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3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는 기간제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도 논란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이 법안에 대해 재계는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기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수시로 기업의 기(氣)를 살리겠다고 해놓고 정작 국회에선 기업을 옭아매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큰 여권의 주요 경제관련 정책
구분주요 내용 및 재계 등의 우려사항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출자 총량을 사전에 규제함으로써 신규 투자 저해 우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경영 간섭 증가 예상
계좌추적권 부활-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가 줄어든 상태에서 폐지된 규제를 재도입함으로써 과도한 행정 권한 남용 가능성
증권집단소송제도 실시-과거 분식 문제로 인한 소송 가능성 남소(濫訴) 방지 장치 미흡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정부의 민간기업 경영권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이 심해져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
기업도시특별법-교육과 의료 시설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기업 투자 애로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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