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보니아

  • 입력 2004년 11월 9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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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귀로만 듣는 건 아닙니다. 뼈의 진동을 통해서도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국내 최초로 ‘뼈로 듣는 헤드폰’을 개발해 생산중인 인천 부평구 갈산동 ㈜보니아(www.vonia.co.kr)의 이상철 사장(52)은 ‘음성학 박사’로 불린다.

소리의 전달과정이나 인체의 청각기관을 연구한 국내외 100여편의 논문을 섭렵하고 숱한 실험을 통해 ‘소리를 완벽하게 들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데 수년째 골몰하고 있기 때문.

1979년 이 회사의 전신인 ‘도우미 코퍼레이션’을 인천에 설립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헤드폰을 만들어 큰 돈을 번 그는 95년 독일에 출장을 갔다가 보청기 용도로 개발한 ‘골(骨) 전도 진동자(振動子)’를 보게 됐다.

○개발비 50억원… 美-日서도 특허

“어렸을 때 소리가 기체는 물론 액체, 고체로도 전달된다는 지식을 배우긴 했지만 막상 ‘뼈로 소리를 듣는다’고 하니까 새로운 느낌이 들더군요.”

사람이 소리를 듣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소리가 공기진동을 통해 귓구멍으로 들어와 고막을 울린 뒤 달팽이관과 청각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식이다.

그러나 그는 ‘소리는 얼굴뼈와 두개골의 진동을 통해서도 달팽이관을 거쳐 뇌로 전달된다’는 골 전도(bone conduction) 원리를 응용해 헤드폰 개발에 착수했다.

5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들여 99년 진동자가 들어 있는 헤드폰 개발에 성공,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특허 출원했다.

○광대뼈 부위에 착용 귀에 무리없어

그가 만든 헤드폰은 귀가 아닌 광대뼈 부위에 대는 것이어서 귀를 막지 않아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일반 오디오나 CD플레이어 등에 연결해 기존 헤드폰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장시간 사용해도 청각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 상담원과 군인들이 사용하는 헤드세트 등 20종류의 헤드폰을 세계 3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지만 ‘소리는 귀로 듣는다’는 관념이 아직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지금까지 올린 매출은 15억원이 채 넘지 않는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 회사에는 아직 노동조합이 없다.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 붓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급여를 8개월 이상 못 준 적도 있지만 ‘뼈로 듣는 헤드폰이 조만간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믿는 직원들이 참고 인내해 줬다고 이사장은 말했다.

이 사장은 “얼굴에 쓰는 대신 손목에 차는 ‘헤드폰’을 개발중”이라며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회사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직원들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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