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홈네트워크’ 두뇌 변신…기존보일러 사용 비용절감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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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네트웍스의 정희관 과장(33)은 추석 연휴에 고향으로 가면서 집에 가스밸브를 잠가 두지 않고 나온 게 생각났다. 그는 ‘보일러에 전화를 걸어’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전화 한 통화면 보일러가 전자개폐식 가스밸브를 잠가 주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회사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받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진 요즘에는 퇴근 전 난방 버튼을 미리 ‘클릭’해 두고 따뜻한 집으로 들어간다. 이 보일러에는 집안 경보기의 신호를 받아 도둑이 들거나 화재가 날 경우 바로 휴대전화에 경보 메시지를 보내주는 기능도 있다.》

▽보일러와 정보기술(IT)의 결합=정 과장의 아파트에는 정보기술을 응용한 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보일러 업계가 IT 보일러 개발에 나서며 시범 설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제품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보일러가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두뇌’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보일러와 IT의 만남에는 전력선 통신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전력선 통신이란 가정에서 쓰는 220V 전기선을 통해 가전기기 사이에 통신을 주고받는 기술로 별도로 선로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24시간 전원이 들어와 있는 보일러에다 핸드백 크기의 제어기만 덧붙이면 전력선 통신으로 가전제품이 연결된다.

린나이코리아의 권기출 홈네트워크 사업부 연구원은 “지금의 보일러에 다양한 가전기기를 연결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앞으로도 첨단 인터넷 보일러 등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업계의 도전장=지금까지 홈네트워크 사업은 가전업계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가전업계는 “24시간 켜져 있는 냉장고가 가전제품을 제어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주요 보일러 업체들은 “보일러야말로 홈네트워크의 중심”이라며 가전업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경동보일러는 지난해 말 경동네트웍스라는 IT 전담 계열사를 차리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는 내년 홈네트워크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미 10여명의 직원 가구에 시범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린나이코리아도 지난해 IT를 연구하는 홈네트워크서비스(HNS) 사업부를 신설했다.

유호진 경동네트웍스 개발팀장은 “보일러로 홈네트워크를 도입하면 100만원대 초반이면 설치가 가능하다”며 “가전업계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정원쾌 팀장은 “아직 홈네트워크 시장은 초기 상황”이라며 “보일러와 냉장고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가격을 낮추고 우군(友軍)을 확보하는 업체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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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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