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소비자물가 비교]“성능대비 저렴” vs “너무많이 올라”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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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가 잇달아 선보이면서 가격 또한 너무 올랐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는 기존 뉴EF쏘나타보다 200만원가량 인상됐다.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도 현대차의 투싼과 엔진 등을 같이 쓰는데도 가격은 20만∼40만원 높다.》

일부에서는 첨단 장치와 각종 옵션이 기본으로 부착된 만큼 가격 상승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소비자가 느끼는 성능 개선 효과보다는 가격 상승률이 높다는 비판도 많다.

▽자동차 가격 얼마나 올랐나=차량 가격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소비자들의 지적은 설득력이 그리 높지 않다.

대표적인 장수 모델인 쏘나타의 경우 1993년 5월에 나온 모델(쏘나타Ⅱ)의 2.0골드 기본형이 1480만원이었지만 1996년 2월 개발된 모델(쏘나타Ⅲ)은 1465만원으로 1.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는 14.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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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월에 나온 EF쏘나타도 1635만원으로 쏘나타Ⅲ보다 11.6%, 2003년 9월 뉴EF쏘나타 2004년형은 1847만원으로 직전 모델보다 12.9%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 물가는 비교 대상 기간에 매번 14% 이상 뛰었다. 지난달 선보인 신형 쏘나타만 뉴EF쏘나타보다 11.5% 뛰어 물가 상승률(3.8%)을 웃돌았다.

하지만 차량 가격을 통계청의 중형 승용차 물가지수와 비교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쏘나타Ⅱ가 나온 1993년 5월 중형 승용차 물가지수는 103.5였지만 신형 쏘나타가 나온 지난달에는 97.4로 오히려 떨어졌던 것.

통계청은 “중형 승용차 물가지수는 특정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승용차의 평균 가격과 옵션 등을 감안해 차량 가격을 가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능 개선 vs 소비자 선택권 축소=이처럼 한 가지 기준으로 판정하기 어려운 자동차 가격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다양한 편의장치와 성능 개선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에어백이나 첨단 브레이크 장치, 고효율 엔진 개발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에 얹은 세타엔진의 개발비가 일반 엔진보다 600억원 이상 높을 정도로 신차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도난방지장치인 이모빌라이저에만 112만원의 인상 요인이 생길 정도”라며 “앞좌석 열선 등 각종 편의장치를 생각하면 오히려 차량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이 같은 편의장치가 기본으로 장착된 탓에 가격이 뛰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쏘나타Ⅲ가 쏘나타Ⅱ보다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그 전까지 기본 장착 품목이었던 전자제어 현가장치(ECS·약 100만원)와 핸들 오디오 리모컨 스위치 등이 선택 품목으로 바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편의장치를 줄이면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林奇相) 대표는 “자동차 업체의 품질 고급화 노력을 인정하지만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품목을 너무 많이 추가해 가격을 높이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편의장치를 뺀 부담 없는 가격대의 차량을 제시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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