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문건/정부, 기업 氣살릴 의지있나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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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한국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분명 하반기 이후 수출의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수가 소폭이라도 증가세로 반전돼 한국경제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속되고 있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미국경제의 소비증가와 주가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는 데에다 국내 금융시장도 다시 경색돼 당초의 기대가 무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6%로 하락해 연간으로는 5% 선을 유지하기도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국면 빠져드는 한국경제▼

그리고 매년 호황과 불황이 엇갈리고 있는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변동 형태를 볼 때,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또다시 3%대로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중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호조세가 고유가 추세의 지속과 선진국의 금리인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과 2001년에도 유가의 급등과 이에 대응한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인상이 궁극적으로 세계경기의 침체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수출증가율이 금년 30%선에서 7%선으로 급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기업들은 경영권 위협 등 불안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금 확보를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종도 내수부진으로 인한 영업악화와 자금난으로 극도의 축소경영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소비도 상반기 중 취업자 수의 증가로 소폭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나,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가계부채 조정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3%선의 미미한 신장세에 그칠 것으로보인다. 이처럼 내년에도 소비회복세가 수출 둔화를 보완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1년도 안되어 다시 침체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금년 중 제대로 경기회복을 실현하지 못하고, 외환위기 이후 8년차인 내년 중에는 벌써 4번째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실로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시스템의 불안정으로 매년 호황과 불황이 엇갈리는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안정 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환위기 이후 점점 쇠약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복원력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로 나가기보다 국내에서 ‘경제 하려는 의지’를 재점화해서 ‘투자와 소비’ 회복을 유도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는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정책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기업들의 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일관된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투자와 소비회복 유도 절실▼

기업들이 단기성과 유지나 경영권 방어의 우려에서 벗어나 리스크가 큰 미래 수종(樹種) 사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 관련 제도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각종 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또다시 경색되고 있는 자금시장의 중개기능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금융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신용불량자의 조기 해소에 노력하고, 소득세 감세와 대출의 만기연장 등 가계의 재무구조 개선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또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 주도로 이들이 발행한 채권 풀에 보증을 첨가해서라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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