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랍 신고과정 회사 과실 입증땐 손배소 가능

  • 입력 2004년 6월 24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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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피살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유족들이 국가나 김씨가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김씨의 유가족들이 국가에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김씨의 피랍과 석방교섭 과정에 정부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있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국가배상법 2조는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과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정부는 피랍 사실이 확인된 직후 이라크 주재 대사관을 통해 무장세력과 간접 접촉을 시도하는 등 김씨 구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정부가 파병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 이라크 파병은 국회 동의를 거친 국가의 중요한 정책으로, 정부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것.

정부가 무장세력으로부터 ‘24시간 내 철군’이라는 시한을 통보받은 뒤 오히려 ‘파병 의지’를 거듭 밝혀 납치범들을 자극한 것은 실책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 역시 배상의 근거로 보기는 부족하다. 배상이 아닌 정부의 자발적인 위로금 지급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근거가 되는 법 제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달 초 김씨의 피랍 발언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전달받고 한국 외교통상부에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는 AP통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AP측에서 문의를 받은 외교부 직원이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무시했는지, 아니면 어느 선까지 보고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따라 정부의 고의나 과실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김씨의 석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묻기 힘들지만, 사실 확인이나 적절한 조치 없이 AP측의 문의를 무시했다면 일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

한편 김씨의 유족들은 김씨의 회사를 상대로 이번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김씨가 회사 업무를 위해 이라크에서 활동하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 김씨가 납치되고 이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의 구체적인 과실이 입증된다면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하다.

이와는 별도로 김씨의 회사가 해외근로자의 사고에 대한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추가로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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