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권 날개달았다…고액자산가에 인기

  • 입력 2004년 6월 2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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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최모씨(55)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창구에 줄을 섰다. 이 은행이 1000억원 한도로 이날부터 30일까지 판매하는 후순위채권에 여유 자금 3억원을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져 고민인데 연 5% 이상의 금리가 보장된다고 해서 투자했다”며 “저금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하나은행 같은 우량은행이 망하기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이 고액 자산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연 5% 이상의 확정 금리를 주는 재테크 상품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건전성이 높아져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 5% 이상의 고금리로 선착순 판매=하나은행의 후순위채권은 만기가 5년9개월이고 1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각각 1개월과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와 만기에 복리 이자와 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3개월 복리채 등 세 종류가 있다.

연 이자율은 모두 5.36%. 3억원을 금리가 연 4%인 정기예금에 넣으면 매월 세금을 제한 이자 83만5000원을 받지만 하나은행 후순위채권에 넣으면 109만3850원을 받는다. 개인 한도가 4000만원인 세금우대저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 정재훈 가계금융부 과장은 “수요가 많아 예약을 받지 않고 이날부터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번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0.18%포인트 올라가 재무 건전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흥은행도 14일 만기가 5년9개월인 후순위채권을 이자율 연 5.46%(매월 이자 지급)와 5.49%(3개월마다 이자 지급)에 1500억원어치 판매했다. 하나은행 후순위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판매 시작 3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장기 자금 계획 후 투자해야=후순위채권은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원리금이 보장된다. 그러나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만기가 긴 반면 한 번 투자하면 중도에 해지할 수 없고 담보로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있지만 증권거래소와 같은 장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가 없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만기가 길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운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후순위채권:기업이 자기자본을 확충하려고 발행하는 채권. 발행 기업이 파산하면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 채권보다 뒤로 밀린다. 대신 높은 이자율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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