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 선정]“뚜렷한 비전-투명경영이 正道”

  • 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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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은 ‘실행’에 강한 기업이다.”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기업은 ‘주도면밀하면서도 끈질긴 실행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위기관리와 윤리경영, 고객만족, 소비자 보호, 사회공헌 등 다방면에서 일단 계획을 세우면 전담조직을 운영해 결과를 철저하게 측정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살아 움직이는 조직’과 같았다.

기업의 경영목표와 비전 제시도 존경받는 기업의 핵심요소였다. 자문위원들은 “주주 직원 고객 사회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헌신하겠다는 경영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기업만이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총평했다.

그만큼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101개 주요 상장기업 가운데 5대 평가 분야에서 모두 10위권에 든 기업은 종합 순위에서 1위를 한 삼성SDI 한 곳에 불과했다.

모 금융기관은 수익성 성장성 등 재무성과에서 수위를 달렸지만 직원 만족 등의 분야에서 부진해 아쉽게도 30걸(傑)에 끼지 못했다.

또 재무성과가 우수한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17곳만 종합 순위 30대 기업에 합류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한국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킨 점은 인정할 만하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7.7%로 괜찮은 수준이었다. 미국 제조업체의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다.

또 많은 기업이 선진경영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영혁신 분야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한국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고객 분야에서 순위가 낮아 아깝게 종합 순위 1위를 놓쳤다.

▽투명경영과 경영혁신=기업들은 대체로 투자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재무관리 과정을 자동화한 곳은 전체 조사 참여기업의 69.0%(30대 기업은 80.0%)로 세계 450개 기업(58.0%)보다 높아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입증했다.

정광선(鄭光善) 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 원장은 “(조사결과를 볼 때) 상당수 기업들이 외형상 거의 선진국 수준의 투명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관련해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45.0%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미국 150대 대표기업(98%)에 비해 저조했다.

위기관리를 위한 전담조직과 인력이 배치된 곳은 전체의 54.0%에 그쳤다.

▽고객 만족=대부분의 기업이 고객만족도 수준에서 업계의 평균 이상이라고 자평했다.

소비자 피해구제 비율도 91.0%(30대 기업은 93.3%)로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만족도를 조사하고 있었고 10곳 중 7곳은 조사결과를 업무개선에 반영하고 있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이기춘(李基春)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소비자 지향적 경영철학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생활과 밀접하고 브랜드가 친숙한 식품 주류 등 일부 소비재 기업은 고객만족 경영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30대 기업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직원 만족과 인력 투자=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직원교육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직원의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경력관리는 미흡했다. 즉 아직까지 인력투자가 질보다 양에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10곳 중 7곳이 개인성과에 따라 급여를 주는 등 보상프로그램이 선진화돼 있고 복리후생프로그램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평균 이직률은 5.5%(30대 기업은 5.2%)였고 최근 3년간 직원 교육에 투자한 연간 비용은 1인당 평균 100만1000원(30대 기업은 165만2000원)이었다.

과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여성비율은 5.0%(30대 기업은 6.7%)로 성별 불균형이 심했다.

▽사회 공헌과 환경 배려=소외계층 돕기 등 사회공헌 지출액이나 환경 관련 투자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연평균 지출액은 매출의 0.2%(30대 기업 0.3%)였다. 또 같은 기간 환경 보호 등을 위한 연평균 지출액은 매출의 0.34%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담조직이나 사후 평가체계는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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