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預保 금융정보분석원 계좌추적권 경쟁적 요구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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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계좌추적권을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범죄수사와 과세(課稅) 목적 등으로 엄격히 제한됐던 계좌추적권이 이처럼 확대되면서 비밀보장을 전제로 도입된 금융실명제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계좌추적권의 도입 또는 강화를 포함하고 있는 법률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재경부는 금융회사 부실 책임자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계좌추적을 명확히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또 다음 달 30일부터는 국세청이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에 대해 금융회사 본점에서 일괄적으로 계좌추적을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금융실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간다.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회사의 대외(對外) 거래에 한정돼 있던 계좌추적권을 국내 금융 거래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선거법상 후보자, 회계책임자 등으로 한정돼 있던 ‘금융 거래 자료 제출 요구권’ 대상을 ‘법에 위반해 선거비용을 주거나 받은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확대했다.

공정위도 외환위기 이후 도입했다가 5년 만인 올해 2월 소멸된 계좌추적권을 내년부터 3년 시한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부당 내부거래의 80%가 금융 거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계좌추적권은 남발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발동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한국 경제가 아직도 불투명한 측면이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계좌추적권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계좌추적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토록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히 “정부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계좌추적권을 갖겠다고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권한을 늘려 ‘자기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계좌추적 건수는 25만764건으로 1997년의 7만6373건에 비해 3.3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는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행될 때만 해도 계좌추적권을 가진 정부기관이 검찰과 국세청뿐이었으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계좌추적권을 가진 정부기관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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