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유전 매장량, 한국 1년 도입물량의 7배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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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이라크 과도정부가 이라크 유전개발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물밑 교섭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한국이 이라크의 유전개발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내년 말 출범하는 이라크 정부만이 석유개발권을 외국기업에 줄 수 있고 사실상 미국의 묵시적인 동의 없이는 유전개발에 참여하기 어려우며 이라크의 앞날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기 때문에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한국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라크 과도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정식 정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과 영국이 한국의 유전개발 참여를 강력하게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이라크 유전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현재 한국 석유공사가 확보하려는 이라크 내 유전의 규모는 매장량 50억배럴 규모의 초대형 유전. 한국이 그동안 확보한 유전 가운데 최대 규모인 리비아 유전의 한국측 지분이 1억6000만배럴이고 한국이 국내 소비용으로 연간 도입하는 원유가 7억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 유전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한국이 작년부터 접촉해 온 이야드 알라위가 과도정부의 총리로 지명됐고 그가 한국과의 유전개발 협상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들어 이라크 유전개발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석유공사 이성동(李晟東) 신규사업팀장은 “최근 이라크의 태도는 특정 유전에 대해 한국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확약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유전개발 참여를 인정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라크 유전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한국처럼 우호적인 약속을 얻어낸 국가는 거의 없다. 파병 결정 등 한국이 일정부분 이라크 재건작업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과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지역에 심어놓은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라크 재건작업에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영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냈고 유전개발기업인 영국 아멕(AMEC)과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넘어야할 산=이라크 과도정부로부터 한국 정부가 얻어낸 약속은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한이 아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문제를 수습하지 못한 채 빠져나가고 과도정부 인사들이 정식 정부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한국이 그동안 쏟은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태도도 변수. 한미 관계가 심각하게 어긋나면서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이라크 재건작업을 진행할 경우 한국의 유전개발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석유공사는 이런 점 때문에 영국은 물론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과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개발함으로써 미국기업의 지원을 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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