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가짜양주 적발 전문가 국세청 황대철 조사관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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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양주의 원료인 공업용 알코올에 불이라도 지를까봐 소화기까지 준비하고 잠복했어요.”

국세청 소비세과에서 주세(酒稅) 업무를 담당하는 황대철(黃大鐵·46·사진) 조사관. 얼마 전 가짜 양주를 제조하는 조직이 있다는 전화 제보를 받은 뒤 망설이는 제보자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제조공장 위치를 파악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 근처 인적이 뜸한 곳에 위치한 70평 정도의 조립식 가건물.

하지만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 내부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황 조사관은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 옥상에 올라가 잠복에 들어가갔다. 공장 종업원의 출퇴근과 차량 출입 상황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잠복한 지 10여일 만에 확증을 잡고 현장을 덮쳐 약 3000병(정품 기준 5억8000만원 상당)의 가짜 양주를 적발했다.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적발이었다.

황 조사관은 이 공로로 5월 말 국세청으로부터 ‘이달의 국세인’에 선정됐다. 그는 국세청이 최근 시행한 ‘가짜양주 신고 포상금제’를 제안하기도 한 가짜양주 전문가. 포상금제 도입 이후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 술집에서 술을 마시기만 하면 배탈이 난다”는 ‘제보’가 꽤 들어오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가짜 양주를 구별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흠집이 거의 없는 헌 병을 사용하는 탓에 외관상으로는 진품과 다름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병마개 부분의 납세증지를 유심히 보세요. 인쇄 상태가 조잡스러운 게 많습니다.”

황 조사관은 행정력만으로는 가짜 양주를 근절시킬 수 없다고 했다. 주류업계도 자사제품의 ‘가짜’가 나올 경우 묻어두려는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농주(農酒)를 담갔다가 단속반에 적발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하물며 농주도 그랬는데, 가짜양주는 절대 안 되죠. 적어도 먹는 것 갖고는 장난치지 말아야 합니다.”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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