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윈교수 “FTA피해자에 보상중심정책 위험”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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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 ‘루저(loser·피해를 보는 집단)’를 ‘보상 패키지’로 달래겠다는 정부 정책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입니다.”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대학원 교수(사진)는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 관세 조화(調和) 및 경제협력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볼드윈 교수는 국제적인 학술지에 무역자유화 관련 논문을 100편 이상 발표할 정도로 경제통합 분야에서는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무역자유화 과정에서 ‘위너(winner·이득을 보는 집단)’와 ‘루저’가 생깁니다. 하지만 두 집단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도태되고 있는 산업의 종사자가 무역자유화를 핑계로 루저가 됐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흔하죠.”

그는 특히 “어느 나라에서나 농민과 노인은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FTA와 관계없이 정부 지원도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보상은 일시적인 것에 그쳐야 하고 기존 사회안전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는 1940년대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 경제를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역=평화’라는 공식이 유럽의 경제통합을 달성한 핵심 축이었죠.”

일본의 주변국 침략의 역사, 일본과 중국의 경쟁, 한반도 분단 등 동아시아의 불안 요소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아우르는 다자(多者)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우선 양자(兩者)간, 소지역간 FTA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국가간에 제도적인 기구를 설치해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통합을 위한 FTA 원칙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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