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돈 지원받은 금융기관도 ‘모럴 해저드’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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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사에서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부실 금융기관이 임원 보수(報酬)를 두 배로 높여주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직원이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 사실도 적발됐다.

▽공적자금 지원받고 임금 인상=감사원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에서 37조7839억원을 지원받고 경영 정상화약정을 체결한 서울보증보험 등 6개 금융기관은 2000년 평균 1억100만원이던 임원 보수를 2002년 1억8200만원으로 80% 인상했다.

기관별로는 서울보증보험이 135% 높여준 것을 비롯해 경남은행 수협중앙회 광주은행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이 53∼108%씩 보수를 올렸다.

이 기간에 직원들의 임금도 평균 26% 인상됐다.

당시 이들 금융기관이 경영 부실로 손실을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자금이 임직원 보수로 전용(轉用)된 셈이다.

또 대한투자증권 우리신용카드와 이들 6개 기관은 임직원들에게 무이자나 연 1.0∼5.5%의 저금리로 주택구입자금 2946억원을 빌려줘 146억원의 이자 특혜를 제공했고 피복비, 개인연금, 자녀 대학학자금 등의 용도로 1416억원을 무상 지급했다. 2001년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 안팎이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총 2320억원이 경영 정상화와 거리가 먼 용도로 쓰였다고 집계했다.

▽공적자금 횡령=파산관재인 보조자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직원이 경매배당금이나 대출금 상환액 등 총 8억5970만원을 가로챈 사실도 적발됐다.

예보 직원이 공동파산관재인으로 돼있는 B신협 등 4개 금융기관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던 직원 4명은 파산관재인의 도장을 몰래 날인해 경매배당금 7억1900만원(26건)을 횡령했다.

또 이들은 파산관재인의 직인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파산재단 명의의 예금계좌를 임시로 개설한 뒤 대출금 상환액 200만원도 빼돌렸다.

KAMCO 직원 2명도 부실채권에 달린 담보물건을 경매로 넘겨 배당금 1억3870만원을 빼돌렸다 1년 뒤 일부를 반납해야 했다.

감사원은 두 기관에 이들 직원을 형사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KAMCO 등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신경을 쓰는 사이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부실 금융기관의 채무자들에 대한 관리는 게을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부실채무자 2883명이 89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는 채권 회수를 위해 행정자치부에 종합토지세 과세(課稅)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KAMCO도 부실채무자 3483명이 주식 등 유가증권 213억원을 갖고 있고, 2057명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어 연간 165억원을 추징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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