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관리실태]외국업체에 ‘퍼주기’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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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외국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거뒀다는 그간의 추측이 이번 감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사무실만 차려 놓은 채 전혀 일을 하지 않은 업체에 수백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외국투자자문사에 727억원의 공적자금을 헛되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二重) 수수료 헌납=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세제(稅制) 지원 여부 등 사전 검토 소홀과 계약 실수로 인해 공적자금 474억원을 낭비했다.

KAMCO는 2000년 2월과 3월 미국계 투자회사(LB사 및 SG사)와 공동으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2곳을 세웠다.

하지만 CRC에는 세제 지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 외국사와 다시 자산유동화회사(SPC) 2곳을 별도로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KAMCO는 CRC가 부실채권 처리 업무에서 제외됐는데도 기존 투자 약정에 따라 수수료 181억원을 지급했다. 또 약정기간 만료일인 2005년 말까지 추가로 63억원을 더 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AMCO는 뒤늦게 설립한 SPC와의 계약에서도 수수료율을 국내 다른 외국계 회사의 평균(회수금액의 2.5%)보다 높은 4.6%로 책정해 47억원을 더 지급했다.

결국 이들 외국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CRC를 통해 244억원을 받았고, SPC에서 추가로 고액의 수수료를 거뒀다.

KAMCO는 이 밖에 SG사와 함께 세운 CRC에 B가구업체의 부실채권 매입용으로 170억원을 빌려줬지만 3년간 이자 56억원을 못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담보로 갖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도 93억원을 손해 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사 계약위반 ‘알고도 모른 척’=KAMCO는 99년 미국계 A사와 해외부실채권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 관리 업무를 다른 회사에 일괄 하도급으로 넘기면 계약을 해지토록 했다.

하지만 A사가 채권 관리 업무 일체를 T사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묵인한 채 2001년 11월까지 수수료 273억원을 지급했다.

KAMCO는 이와 함께 2000년 11월 대우그룹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자산 실사(實査)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A사와 수의계약을 해 14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특혜를 제공했다.

외국계 업체에 대한 수수료 과다 지급은 예금보험공사도 마찬가지였다. 예보는 2000년 9월 LS사와 부실채권 관리 약정을 맺으면서 수수료율을 당초 입찰제안서(회수금액의 2%)보다 높은 수준(잔존금액의 2%)으로 바꿔 8억원을 더 지급했다.

또 입찰제안서에 없는 부수업무 수행 경비 132억원을 별도로 지불했다.

한편 KAMCO는 “부실채권 매각업무에 참여하지 않는 CRC에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펀드 운용에 대한 대가이며 이는 공적자금이 아닌 KAMCO의 고유계정에서 나가는 돈”이라고 해명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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