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관리실태]1兆이상 날렸는데…징계도 '부실'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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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공적자금 부실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규정 미비 등의 이유로 형식적인 징계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두 기관은 허술한 공적자금 관리로 1조760억원의 세금을 날렸음에도 이들 기관의 최고책임자는 물론 감독당국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 대부분이 징계 대상에서 비켜났다.

▽책임자 처벌 왜 없나=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KAMCO 및 예보를 대상으로 △문책 3명 △인사통보 5명 △시정 5건(408억원) △주의 및 통보 47건 △현지조치 16건 △수사요청 및 고발 6건 △모범사례 1건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업무 미숙으로 인한 공적자금 과다 지원(1008억원) △부실채권 헐값 매각(338억원) △외국 투자회사에 수수료 과다 지급(727억원) 건과 관련해서는 해당기관인 KAMCO나 예보의 경영진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

감사원은 대신 이들 사안에 대해 모두 ‘징계시효 3년 경과로 문책 처분 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안이 오래전에 발생한 데다 이미 사장들도 다 바뀌어 책임을 물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감사원의 공적자금 감사가 2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감사를 한 차례라도 거르게 되면 ‘징계시효 소멸’이라는 징계 절차상의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재경부, 금감위는 ‘징계 무풍지대?’=금감위는 부실금융기관 대주주가 새로 금융업에 진출할 때 내야 하는 공적자금손실책임분담금 2325억원을 임의로 운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 중 1112억원은 공적자금 지원과는 무관한 증권사에 빌려줬고 나머지 1213억원은 증권금융에 맡겨 초저금리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는 금감위 공무원조차 공적자금을 우습게 생각한 결과”라며 “관리기준을 만들라고 제도개선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관련자에 대한 인사상의 처벌 요구는 없었다.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감사원은 외국자본의 횡포를 적발하고서도 “수사권이 없어 민간회사를 조사할 수 없었다”고 감사의 한계를 인정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를 검찰에 넘겨 수사자료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단돈 1달러라도 유치해야 하는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정부나 민간 금융기관들의 외국자본과의 거래실태를 뜯어보면 참담한 심정이 절로 든다”고 털어놨다. 관련 법 규정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어처구니없이 외국자본에 굴복한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외국자본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과정에서 의심이 가는 거래는 없었는지, 공적자금 집행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부실기업간의 유착은 없었는지에 대한 확인은 검찰의 몫으로 남게 됐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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