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오히려 기회였다” 공격경영으로 브랜드 경쟁력 키워

  • 입력 2004년 5월 2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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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내수 불황으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그러나 내수침체 속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이랜드, 신세계, 농심, 웅진코웨이개발, 청풍, 오리온, 메가박스, KT&G 등이다.

불황 속에서 매출과 이익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경비 절감이나 축소 지향적 구조조정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이들 기업의 성공요인은 호황 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새 수익원 개발,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우위 확보, 강력한 브랜드파워로 요약된다.

▽호황 때 안주하지 않는다=내수가 침체되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이 의류와 유통이다.

그러나 이랜드와 신세계는 불황 속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이랜드는 아동복 등 4개 브랜드를 최근 인수해 어린이 란제리, 은(銀) 청바지 등 신개념의 제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의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할인점 시장을 개척했다. 신세계의 할인점 이마트는 전국에 61개 점포를 두고 있으며 중국에도 진출했다.

이랜드와 신세계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로 체질이 강화됐고 ‘지식경영’과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랜드 문기환 상무는 “이랜드와 신세계의 공격경영은 핵심경쟁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상태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점에서 외환위기 이전의 문어발식 경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6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중소기업 청풍은 경기와 상관없이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올해도 매출과 이익이 갑절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우위 확보=외환위기 때 렌털식 판매와 ‘코디’라는 서비스조직을 만들어 크게 성공한 웅진코웨이개발은 매년 매출과 이익이 10% 이상 늘고 있다.

1998년 매달 일정액의 요금을 받는 렌털제도를 도입할 때 90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회사는 렌털제도와 코디 조직을 이용해 비데 연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시장에도 진출했다.

복합상영 영화관인 메가박스와 CGV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십편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복합영화관은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의 상영 횟수를 집중적으로 늘릴 수 있어 매출을 최대화할 수 있다. 복합영화관은 암표상을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과거 영화관과는 비교되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브랜드파워=교보증권 기업분석팀 박종령 연구위원은 “KT&G 농심 오리온 등 3개사는 불황에도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만큼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심과 오리온은 ‘농심라면’과 ‘초코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어 가격을 올려도 소비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불황 때 오히려 잘 팔리는 속성도 있다.

KT&G는 2년 전부터 고급담배를 계속 내놓아 수입담배의 시장 잠식을 차단하면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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