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현장에서/진정한 웰빙이 되려면…

  • 입력 2004년 5월 24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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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웰빙족’이라고 생각하는 몇 사람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집에서 버섯과 쇠고기 다진 것들로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 주부, 주말 오후에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오페라 음악을 틀어놓고 생선과 와인을 즐기는 멋쟁이 남편, 매일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 20대 아가씨….

이들 사이에는 어디에 가면 좋은 헬스클럽이 있는지, 새로 생긴 유기농 전문 식당에서 먹을 만한 메뉴는 무엇인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어떤 식이요법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항상 기사 마감 시간에 쫓기고, 운동이라고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오가며 다리품 파는 게 고작이고, 밥 먹을 때 칼로리 계산은커녕 한 끼로서는 너무도 버거운 양(때론 술도 포함해서)을 먹곤 하는 기자로서는 이들의 삶이 낯설고도 신기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정말 ‘웰빙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결혼 5년차인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오레가노 바질 상추 고추 등을 유기농으로 재배해 먹었다. 각종 목욕 오일과 입욕제로 ‘홈 스파’도 자주 하고 주말이면 집 앞 한강변에서 아내와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탔다.

그는 일은 프로페셔널하게, 개인의 삶은 여유롭게 꾸리는 진정한 웰빙족이었다.

좋은 직장에, 경제적 여유가 그런 생활의 기반이 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다른 사람보다 좋아 보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했다”는 그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태도가 그것이었다.

당시 만난 다른 웰빙족들도 ‘웰빙 산업’은 소비하고 있었을지언정 어쩐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세 늘어나는 몸무게나 남들의 시선 같은 것들에….

그러고 보면 많은 경우 웰빙족이 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조건이 아니라 마음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에서 일에 치였다고 휴일에 집에서 늘어져 있거나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가까운 가족에게 풀어놓지는 않는가. 배려보다는 ‘자신’만을 내세우지 않는가. 바로 오늘 잠깐의 여유와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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