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기존惡材 여전… 바닥은 어디인가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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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고유가, 중국경제 긴축, 미국 금리인상설 등 해외 3대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도 확산되면서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고 있다.

17일 서울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4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면서 단번에 720선대로 곤두박질쳤다. 겁먹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있으나 ‘사자’ 세력이 실종되면서 거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반등을 예상했던 증시전문가들은 “바닥이 보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싸 보이지 않는다”며 꼬리를 내렸다.

▽국내외 악재 겹쳤다=종합주가지수는 4월 23일 올해 최고치인 936.06까지 간 뒤 제대로 반등국면도 없이 하락해 17일 73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15일(거래일 기준) 만에 207.08포인트 급락한 것.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17일 하루에만 19조3950억원 감소하면서 323조496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89조8990억원의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단기 폭락장세가 펼쳐졌다”며 “현재 투자심리는 탈진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한다.

해외 악재로는 △고유가, 중국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설 등 3대 해외변수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증시 동반급락 △미국 나스닥 선물(先物)지수 급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악재로는 수급 불안과 함께 현 정부의 이른바 ‘경제개혁’ 강조가 경제 불안심리를 확산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소식도 잠재된 ‘안보 불안심리’를 부추긴 악재로 꼽혔다.

김석규 B&F투자자문사장은 “한국 증시의 투자매력을 높였던 ‘중국효과’ ‘저금리기조’ ‘달러화 약세’ 등 재료의 약발이 다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전문가는 “투자자들이 노무현(盧武鉉) 정부 집권 2기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이른바 ‘분배’와 ‘재벌개혁’ 중심의 경제정책이 성장과 경기회복 노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바닥이 안 보인다=이날 시장의 주요 매도세력은 순매도액(매도에서 매입을 뺀 금액)이 680억원에 이른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개인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9377억원가량 순매수하면서 하락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으나 ‘손해를 감수하고’ 팔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15거래일 만에 200포인트 넘게 폭락했는데도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는 점.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이런 상황에서는 지지선 설정이 무의미하다”며 “하락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주가가 싼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저가(低價) 매수’하라고 말할 수 없다”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들 움직임=외국인들은 이날 하루 425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매도강도가 약해졌지만 미국 금리인상 폭이 의외로 커질 경우 추가적인 증시이탈도 우려된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외국인들은 ‘중국 쇼크’가 국내 증시에 전해진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2조484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대금은 대부분 국내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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