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소사이어티 포럼서 외국CEO들 쓴소리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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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불투명한 기업경영, 정부규제, 불안전한 금융시장 등 한국 경제의 ‘고질병’에 대해 뼈있는 충고를 내놓았다.

아시아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 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포럼’에서 이들은 한국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어떤 걸림돌을 안고 있는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편 토론회에 연사로 초청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외국기업 CEO들의 ‘쓴소리’=토론자로 나선 미국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존 글레드힐 사장은 “한국 정부가 별다른 토론 없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곤 했다”며 “이로 인해 야기된 불확실성이 투자에 걸림돌이 돼 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15년간 사업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 기업이라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사업 인허가 체계 등 불리한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며 세금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 중인 담뱃값의 대폭 인상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의 대니얼 캐럴 사장은 “한국 정부가 사모(私募)펀드 육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본시장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금융중심지는 정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회사 워버그핀커스의 황성진 한국대표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강성노조보다도 불투명한 경영진이 더욱 문제”라며 “재벌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려고 투자하는 것은 반투자적 행위이며 규제당국의 태도가 예측불가능한 것도 투자에 있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장관들, 투자유치 강조=기조연설에 나선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분배위주정책과 노동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에 대해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은 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 외국인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효과적이며 중기적으로는 평등한 교육기회를 주어 개개인의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변수와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3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은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의 기업과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는 지정학적 위험 못지않게 왜곡된 소유지배구조 탓이 크다”며 기업 투명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외국자본의 유입은 국내 금융사의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감독정책의 선진화에 기여한다”며 외국자본 효용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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