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現代에 서운한 울산시민

  • 입력 2004년 5월 12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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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산시민들은 현대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향토기업’으로 생각해온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공장 확장 부지를 다른 지역에서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하필이면 울산의 실업률이 처음으로 전국 평균(3.8%)을 넘어선 4%를 기록한 지난달부터였다.

울산은 ‘현대 시’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 관계사가 밀집된 곳이다. 현대가 있었기에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했고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는 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데 대부분의 시민이 공감할 것이다.

시민들도 이런 현대에 꾸준한 성원과 애정을 보냈다. 매년 반복되다시피 한 현대의 노사분규를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조기 수습을 열망해왔다. 월드컵을 위해 시비 1500여억원을 들여 지은 문수경기장을 현대호랑이축구단이 ‘실비’(지난해 4억여원)만 내고 홈구장으로 사용해도 시민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공장 확장을 위해 어민들의 생계터전이고 시민 휴식처인 바다를 매립하고 공원 부지를 깎아도 “현대니까…”라며 수용했다.

이런 현대가 ‘울산은 공장부지 조성원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떠날 채비를 하자 시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하다. 또 현대가 꼭 울산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극단적인 지역 이기주의다. 부지를 싼 값에 알선해주지 못한 울산시도 책임이 크다.

그러나 “수십년간 울산 시민들이 보내준 사랑을 현대가 매몰차게 뿌리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울산을 떠날 채비를 하는 두 회사의 대주주는 울산에서 내리 5선을 기록 중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이다. 정 의원이 이처럼 울산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를 많이 마련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 의원이 시민들의 서운함을 달래줘야 하지 않을까.

1000억원을 들여 울산대공원을 조성해 울산에 무상 기증한 SK는 어려움에 처했던 지난해 울산 시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1일부터 16일까지 ‘울산 사랑 페스티벌’을 벌이고 있다.

울산의 사랑을 계속 받느냐, 못 받느냐는 결국 현대가 하기 나름 아닐까.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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