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 "허리가 휜다"

  • 입력 2004년 5월 4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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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한수정씨(33·서울 용산구 산천동)는 최근 들어 수입이 늘어도 형편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수입증가 만큼이나 건강보험료 관리비 교육비 고정적인 지출도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한씨의 남편인 7년차 직장인 박모씨(34)의 4월 건강보험료는 지난해 5만9690원에 비해 25.1% 오른 7만4720원. 여기다 '2003년 건강보험 정산'으로 15만8340원이 빠져나갔다. 아파트 관리비도 꽤 올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반관리비만도 6만6940원에서 7만1290원으로 6.5% 올랐다. 5세 아들의 영어유치원비는 지난해 49만원에서 54만원, 과천으로의 출퇴근에 드는 남편의 기름값도 월 2만~3만원 늘었다.

한씨는 "남편의 월급(상여금 제외)은 세전 196만원에서 208만원으로 12만원 늘었는데 생활비는 얼핏 계산해도 이를 웃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꺾였다고 밝혔지만 주부들은 갈수록 살기가 팍팍하다고 느끼고 있다. 공공요금과 건강보험료 등 '필수 지출 항목'이 연초부터 줄줄이 올라 살림에 부담을 준 때문이다.

▽공공요금 등 크게 올랐다=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상수도요금은 올해 들어 평균 3.1%, 하수도요금은 평균 8.8%, 도시가스(서울시 소매기준)는 5.2%, 고속도로통행료는 4.5% 올랐다.

최근 크게 오른 건강보험료도 큰 부담.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1~2003년에 보험료가 54.6% 오른 데 이어 올해엔 6.75% 올랐다. 임금인상에 따라서도 오르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더 크다. 박씨의 건강보험료는 이 기간 3만4020원에서 7만1290원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예정.

휘발유 가격도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작년 초 수준을 웃돌고 있다. LG정유의 경우 지난해 5월초 '세후 공장도 가격'은 1229원이었으나 3일 현재 1290원으로 5.0%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 정부의 유가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의 수급조절 등으로 완만한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호 소비를 더 줄인다?=일부에서는 경기침체와 가계부실 뿐 아니라 공공요금 등 '필수 지출 항목'이 크게 오른 것도 소비위축을 부른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도시가계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가계의 '비(非)소비지출'의 증가율은 소득의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2003년의 소득은 2000년에 비해 23.2% 늘었지만 '비 소비지출 지수'는 25.8% 늘었다. 이 때문에 소비지출은 20.8% 오르는 데 그쳤으며 그나마 '먹고 놀고 입는' 항목보다는 교육(25.4%) 교통·통신(25.5%)의 상승폭이 컸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원은 "공공요금은 필수재의 성격을 지녀 쉽게 줄이기 어렵다"며 "공공요금이 오른 만큼 기호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가계소비의 위축은 가계부채와 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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