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공격하면 호황을 잡는다…쿠쿠전자 ‘공격광고’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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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의 전기밥솥 광고.
쿠쿠전자의 전기밥솥 광고.
‘경기가 어려울 때 광고는 제값을 한다.’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들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제일 먼저 줄이는 항목으로 꼽히는 것이 광고비와 판촉비.

광고업계에서는 대개 단기간 광고비를 줄이면 원가도 절감되고 시장도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경쟁사가 불황기에 광고비를 늘리는 상황에서 6개월 이상 장기간 광고를 줄인다면 시장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얘기다.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지만 장기간 관리하지 않으면 경쟁사의 시장 지분이 높아진다는 것.

반대로 경쟁사가 광고비를 줄일 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면 시장점유율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 불황의 광고 경제학이다.

전기밥솥 전문 제조업체인 쿠쿠전자(옛 성광전자)의 광고 전략이 단적인 사례. 이 회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 사이 경쟁사들이 광고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으로서는 막대한 광고비를 사용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대기업에 전기밥솥을 납품하던 이 회사는 98년부터 독자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은 뒤 2000년까지 50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사용했다. 3년 사이 매출액은 3배, 영업이익은 20배 늘었다.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 회사의 전기밥솥 판매실적은 560만대로 이 시장에서 삼성 LG 등 대기업 브랜드도 제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99년 35%에서 2002년 49.9%로 높아졌다.

웅진코웨이의 '룰루비데' 광고

웅진코웨이가 외환위기 전 내놓은 ‘룰루비데’도 공격적인 광고 덕을 본 제품으로 꼽힌다.

웅진코웨이는 일본 등에서 수입된 제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사들이 광고비를 보수적으로 쓰던 97년 말 당시 광고를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초 룰루비데의 시장 점유율은 45%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오리콤 민민식(閔珉植) 브랜드컨설턴트는 “광고는 6개월 이상 지나야 시장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시차(時差) 마케팅으로 특히 광고 물량이 줄어드는 불황기에 나온 광고는 호황기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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