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숨은 마케팅전략-과자가 서있는 이유는?

  • 입력 2004년 3월 29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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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잘 팔려면 눕히기보다는 세우고, 로션을 많이 팔려면 밑에서 위로 조명을 비춰라.’

소비자들이 무심코 들르는 매장에도 온갖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취향에 따라 물건을 고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유도된 소비’가 많다. ‘상품 과잉’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다.

백화점들은 같은 매장 안에서도 신상품 등 주력제품 근처에는 조명을 더 밝게 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통로보다 매장의 조명을 밝게 하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조명 밝게 해 시선 유도

상품에 따라 조명도 달라진다. 여성정장은 아무래도 초저녁 황혼에서 느껴지는 차분함을 강조해야 잘 팔린다. 현대백화점은 여성정장 조명을 캐주얼매장(1200∼1500럭스)보다 약간 어두운 800∼1000럭스를 쓰고 황혼의 느낌을 주기 위해 붉은 색상을 가미한다. 반면 가전 매장은 푸르스름한 빛이 돌아야 제품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제품마다 조명의 위치를 달리 한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은 밑에서 위로 비춰야 유리용기가 반짝이면서 고급스럽게 보인다. 반면 립스틱 같은 색조화장품은 위에서 아래로 비춰야 색상이 화려하고 선명해진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식품매장 입구에는 대개 과일 코너가 있다. 붉고 노란 과일의 화려한 색상이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해 음식물을 많이 사게 하기 때문.

▽식품매장 입구 과일코너

제과업계에서 요즘 사각형 가로통 대신 육각형, 팔각형 세로통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눈과 손에 쏙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아예 세우기 쉽도록 받침대까지 끼워서 내놓는 제품도 있다. 오리온의 ‘와땅’ ‘와클’이나 롯데제과의 ‘포칸’ ‘팅클’ 등이 대표적으로 ‘서있는’ 과자류.

상식적인 카테고리를 파괴하고 연관되는 상품끼리 묶는 사례도 많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음료수 코너에 있던 캔커피와 녹차음료를 분말커피와 녹차 티백 상품 쪽으로 옮긴 뒤 매출이 뛰었다고 밝혔다. 아동용 음료인 ‘쿠우’ 등은 음료코너가 아니라 과자코너에 진열돼있다.

월마트는 소형 가전제품 진열대 틈에 건전지를 붙여놓는다. 과자류 사이에는 미니카와 같은 장난감이 있다. 편의점에서는 맥주 인근에 안주류가, 우유 뒤에 빵이 배치돼 있다.

편의점이나 할인점에서 계산대에 ‘잔돈 상품’을 두는 것도 일반적이다. ‘추파춥스’ 같은 사탕이나 껌 등은 잔돈이 남을 때 무심코 집어 들게 된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 선임연구원은 “특히 생필품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충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매장구성이나 상품배치를 통해 자연스레 고객의 시선을 끌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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