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5월대란 오나]정부 손실위험 알면서 지원나서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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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국내 벤처는 2000년 상반기까지 거품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기의 둔화, 세계적 정보기술(IT) 경기위축 등이 겹치면서 거품이 급속히 빠지기 시작했다.

벤처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던 코스닥 시장도 빠르게 붕괴돼 2000년 말 코스닥지수는 52.58로 1999년 말에 비해 무려 203.56포인트나 하락했다. 벤처캐피털들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2001년 초 벤처 프라이머리 CBO제도를 도입했다. CBO란 다수 기업의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된 채권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을 일컫는 말. 이미 유통되고 있는 채권을 담보로 하는 ‘세컨더리 CBO’와 달리 새로 발행한 채권을 담보로 한다는 의미에서 ‘프라이머리 CBO’라는 이름이 붙었다.

증권사 등 주간사회사는 벤처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해 유동화전문회사(SPC)에 팔고 SPC는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관투자가와 개인 등 시장에 파는 방식으로 자금이 조달됐다. 이 과정에서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유동화증권의 부실이 생길 경우 전액을 보상하도록 보증을 서줬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벤처 프라이머리 CBO 2조3234억원은 2001년 5월부터 6차례에 걸쳐 800여개 코스닥 등록기업 및 수출중소기업 등에 지원됐다.

정부는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도입하면서 일정부분 손실이 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발행에 간여했던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하위 30% 정도는 부실화되더라도 상위 30%는 장차 수익을 내고 중위 40%는 영속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전체적으로 벤처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IT경기 및 벤처기업의 침체가 최근까지 계속되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기술신보는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고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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