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전자업계 “삼성-LG 배우자”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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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삼성과 LG에 당하지 않겠다.” 최근 일본과 대만 전자업체의 경영전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백화점식으로 전자산업 모든 영역의 제품을 생산하던 일본 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위주로 전자산업을 이끌던 대만은 정부 지원 아래 대기업을 키워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대만 기업의 경영전략이 바뀐 것은 1998년 D램 반도체, 2001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한국이 세계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원(전자산업 담당)은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삼성과 LG를 벤치마킹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성공 이유=일본과 대만이 분석한 삼성과 LG의 성공 이유는 과감한 투자 전략과 적절한 투자 타이밍의 결합.

일본 업체들이 기술력 우위에 있지만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로 생산시설을 늘려 단숨에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를 정확히 읽고 투자 타이밍을 잡는 능력도 중요 요인이며 오너와 전문경영인 모두 기술의 흐름에 정통해서 가능했던 것.

반면 일본 업체들은 ‘균형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사업부서에 투자를 분산시켰다. 차별화된 고급 기술과 생산비를 절감하는 기술에 골고루 투자한 일본과 대량생산 기술에 집중한 한국의 전략도 명암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업체들이 내부 합의를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에 의사 결정을 머뭇거렸지만 한국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특히 메커트로닉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첨단기술이 제조장비에 체화돼 한국 업체들이 쉽게 제조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선택과 집중의 일본=일본 업체들은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샤프는 LCD, 산요는 2차전지, 올림푸스는 디지털카메라, 소니는 게임기 등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D램이나 비메모리의 경우 각사가 사업부를 떼어내 합작사를 만들었다.

NEC도 투자 규모가 크고 부침이 심한 반도체 사업부를 아예 분사시켰다.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한국처럼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전략.

‘쓰러져 가는 공룡’이라는 비판까지 받던 마쓰시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통폐합했다. 상부에 집중됐던 권한도 하부로 많이 이양해 경영 의사결정도 빨라졌다. 지난해 마쓰시타가 부활한 것도 이 같은 구조조정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업체들은 요즘 디지털가전 제품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당부하고 있다.

▽덩치 키우는 대만=대만의 전자산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이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D램 반도체와 LCD 부문은 대기업이 주도한다.

삼성전자 황미정 총괄기획팀 부장은 “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을 분사시킨 뒤 자본까지 대가며 TSMC, U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를 키웠고 D램 업체인 난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했다”고 밝혔다.

AU옵트로닉스 등 LCD 업체들은 또 과거와 달리 삼성이나 LG가 투자를 늘리면 곧바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만 정부 역시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등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대만 업체들이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LCD 공급 과잉이 우려될 정도.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TSMC나 AU옵트로닉스 등이 부품업체들을 수직계열화해 덩치를 키우면서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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