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등급 시대]<中>“상위 5% 왕으로 모십니다”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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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이 보관하고 있는 개인 전용 젓가락. 이 젓가락에는 이 식당을 찾는 우량 고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 롯데호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이 보관하고 있는 개인 전용 젓가락. 이 젓가락에는 이 식당을 찾는 우량 고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 롯데호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김모씨(55)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개인 전용 젓가락을 받는다.

식당측은 월 2회 이상 3년간 방문한 고객들을 위해 프랑스의 유명 식기 브랜드인 ‘크리스토플’ 젓가락에 고객의 이름을 새긴 뒤 부식 방지용 고급 케이스에 보관해 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유모씨(50·여)가 차를 몰고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앞에 도착하면 주차 요원이 차에 붙어있는 ‘클럽 자스민’ 전용 마크를 보고 달려와 “발레파킹 해드리겠습니다”라며 차문을 연다.

클럽 자스민은 현대백화점이 2월부터 새로 내놓은 VIP 관리 프로그램으로 2003년 중 3000만∼3억원대를 카드로 쓴 고객 3500여명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

백화점과 호텔 등의 우량 고객 관리 프로그램은 한때 ‘고객 차별’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백화점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고객 차별화 전략이 극심할수록 합리적 선택을 통한 현명한 소비도 중요해진다.

구매액이 일정 수준에서 같아도 어느 소비자는 유통업체의 주요 고객으로 포함돼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받지만 어느 경우에는 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액 상위 고객에 대한 혜택 집중=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구매액을 기준으로 고객에 대한 서열을 정해 5% 내외의 최상위층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LG백화점 전략팀이 2003년 상반기 고객 80만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고객 중 상위 1%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10%를, 5%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했다.

최상위층 고객으로 올라갈수록 구매액이 급증한다는 것이 최근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호텔 등은 최상위 고객 1∼5%를 대상으로 VIP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VIP고객 중에서도 연간 3000만원을 지출한 소비자와 1억원 이상을 소비한 고객을 구분 관리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연간 3000만∼5000만원을 쓴 고객에게 구매액의 3%인 120만∼200만원대의 사은품을 준다. 하지만 3억원대를 쓴 고객에게는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3000만원대 식기세트 등 각종 혜택을 준다.

롯데백화점 강남점도 최근 최우량 고객에게 은행 수수료 면제 등 더 많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명한 선택도 중요=유통업체들은 구매액을 VIP 고객의 일차적 기준으로 정하고 있지만 매장 이용 빈도와 이용 기간 등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까지 최우량 고객을 전년도 구매액을 기준으로 최우량 고객을 선정했지만 올해에는 2002년과 2003년 구매액을 합산한 뒤 고객의 서열을 매겼다.

또 연간 구매액이 2000만원 이상으로 최우량급에 속하지만 연간 구매 횟수가 10회 미만이면 VIP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장기간 여러 번 백화점을 방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여러 개의 백화점을 이용하기보다는 ‘주거래 백화점’을 정해 놓고 집중 소비를 하는 것도 한 방법. 같은 백화점이라도 영업점에 따라 VIP 선정 기준이 다르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연간 구매액 3000만원 이상을 VIP 기준으로 삼지만 어떤 점포에서는 2500만원 구매 고객도 우량 고객으로 분류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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