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경제지표 호전 불구 현장경기는 여전히 썰렁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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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관련된 ‘수치(數値)’와 ‘현장’ 사이에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몇 가지 경제지표를 근거로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체감(體感)경기는 여전히 냉랭하기 때문이다,

▽‘수치’는 호전=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월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2.5% 감소했지만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도소매 판매(전월비)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재경부는 그동안 계속 감소세를 보였던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2월 들어 증가세로 반전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통계청은 1월 중 비(非)농가취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2.4%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1월 중 계절조정 실업률 및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한 것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용여건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해석했다.

KDI도 최근 ‘2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관련 지표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와 고용이 회복되고 있고, 민간소비도 다소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현장은 썰렁=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 느끼는 소비는 여전히 ‘겨울’이다.

2월 자동차 내수판매의 경우 모두 9만391대로 지난해 2월에 비해 24.2% 감소했다. 이 같은 내수침체 속에 경차인 마티즈 판매가 급증하는 등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가 급감하면서 내수가 주력인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2월부터 2교대에서 1교대 체제로 복귀했다.

가전매장이 몰려 있는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경우 올 1, 2월에 실시한 에어컨 예약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70%가 감소했다. TV와 냉장고도 각각 5∼10%와 3∼5%씩 줄었다. 다만 번호이동성제 실시로 휴대전화 판매만 늘었다.

백화점의 경우 2월 매출이 지난해 2월에 비해 대체로 3∼9% 정도 신장했지만 올해 영업일수가 2일 정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성장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3월 매출은 아직까지는 전년도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치→실제’는 언제?=이 때문에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경제지표 호전이 실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JP모건 상무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소득상위 계층 20%를 제외한 가계에서는 순가처분소득(가처분소득―이자비용)이 오히려 줄었다”며 “소비회복 시점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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