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버티고 인터넷으로 맞섰다…'차별화'가 무기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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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이 애써 가꿔 놓은 산업에 대기업이 뛰어들면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것이 예사였다.

대기업의 막강한 브랜드파워, 광범위한 유통망, 자금력을 앞세운 마케팅전략에 중견기업들은 두 손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전자레인지와 음향기기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 이런 흐름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늘고 있다. 정수기(웅진코웨이개발), 공기청정기(청풍), MP3(레인콤), 전기밥솥(쿠쿠전자), 김치냉장고(위니아만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대기업과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차별화되는 경쟁전략을 쓰는 것이다.

▽맞서 싸우지 않는다=대기업과 싸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킨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고가(高價)전략을 구사한다는 점. 과거 대기업이 저가(低價)로 치고 들어올 때 맞서서 제품 값을 내렸다가 자금력이 달려 도산한 업체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

청풍, 레인콤, 위니아만도, 쿠쿠전자, 웅진코웨이개발 모두 자사 제품의 가격을 대기업 제품보다 10∼30% 더 받는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쓰고 있다. 청풍은 대기업이 진출하자 ‘청풍무구’라는 고가제품을 개발해 아예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은 또 대기업의 진출을 ‘위기’보다는 ‘기회’로 여긴다. 대기업의 등장을 한정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는 게임으로 보지 않고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기회로 삼는 것. 커진 시장에서 마진이 큰 고가품 시장을 차지하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청풍 정완균 상무는 “값을 더 비싸게 받는 것은 그만큼 제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중견기업이 저가전략으로 맞대응하면 대기업의 전략에 오히려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속도전=이들 기업은 저마다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한다.

웅진코웨이개발은 매달 사용료를 받는 ‘렌털’방식과 독특한 서비스 조직인 ‘코디’를 운영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또 레인콤과 쿠쿠전자, 청풍은 광범위한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과 맞서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레인콤은 소비자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불만 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즉시 제품에 반영했다.

쿠쿠전자 판매법인인 쿠쿠홈시스 조학래 상무는 “대기업보다 영업력이 약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욕구 파악과 소비자 요구를 제품에 빨리 반영하는 것이 회사의 생사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를 대기업보다 최대한 빨리 반영해 의사 결정이 늦은 대기업의 약점을 파고든 것.

청풍은 인터넷 쇼핑몰이 일반화되기 전인 1997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제품정보 취득 및 결제가 가능하도록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회사 매출의 40%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정도.

▽기술을 진입장벽으로 활용=과거 중견기업들이 특허를 허술하게 등록하거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대기업의 진출을 쉽게 허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술을 진입장벽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특징.

위니아만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김치냉장고에 대해 집요하게 특허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해 왔다. 대기업이 함부로 자사가 축적해 온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

청풍과 웅진코웨이개발 역시 많은 자사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 모방이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은 또 매출액의 10%가량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술력만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맞서 성공한 중견기업의 전략
대기업중견기업
가격저가 전략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유통대규모 유통망으로 압박온라인 쇼핑몰로 대응
광고물량 공세맞대응보다 시장 확대를 기회로 이용. 구전 마케팅 활용
속도느림소비자 불만이나 아이디어 즉시 수용
기술한 기술에 집중하기 어려움특허로 진입장벽 구축. 한 기술에 집중 투자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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