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환율회담]美-EU “시장안정” 어정쩡한 타협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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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다. 패자는 없다.”(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일제히 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신들은 “미국이 모처럼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하면서도 공동성명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두루뭉술하게 작성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원국끼리는 ‘사이좋게’ 끝난 G7 회담에서 불똥은 중국으로 튀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안정 배려한 ‘타협’=G7은 지난해 9월 두바이 회담 때 ‘유연성’이라는 표현 때문에 달러 가치가 급락한 점을 고려해 용어 선택에 신경을 썼다.

공동성명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보다 유연한 환율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달러 약세를 막으려는 유럽연합(EU) 및 일본이 안정성을 강조한 반면 미국은 유연성을 고집했다. 결국 양측 입장을 모두 공동성명에 담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시장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에 더 무게가 쏠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간 상태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해 일본과 유럽의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약세는 계속될 듯=유럽과 일본은 이번 합의로 달러화 급락을 막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은 시장개입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묵인한데 의미를 두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대규모 시장개입을 문제 삼지 않은데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유연성이 결여된 나라’로 일본을 지목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목청을 높인 유럽은 환율 안정 외에 미국으로부터 ‘재정수지 적자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회의로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대범한 자세를 보인 것은 ‘쌍둥이 적자’(재정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를 감안할 때 완만하나마 ‘약한 달러’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불똥은 중국으로?=이번 성명이 “환율의 유연성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유연성이 증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기자회견장에서는 중국의 외환정책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스노 미 재무장관은 “어느 국가도 자국의 번영을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고 말해 중국의 환율제를 간접적으로 공격했다.

중국이 서방의 환율 평가절상 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위안화 절상 움직임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주간지 재경시보는 “위안화 가치가 다음달 중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율을 어떤 식으로 조정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달러뿐만 아니라 여러 통화를 감안한 일종의 바스켓방식 연동제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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