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개公 아파트…원가공개 내용-파장

  • 입력 2004년 2월 4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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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4일 마포구 상암동 7단지 40평형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함에 따라 원가 산정방식과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분양원가는 도개공의 의뢰를 받은 모 회계법인이 산정한 것. 공개된 원가 736만2000원은 토지보상비와 건축비 등을 합친 순수 공사원가에 이자와 부가가치세 등 기타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시민단체들은 원가 공개를 환영하면서도 이 중 건축비(340만1000원)가 과다하게 책정됐다고 평가했다. 또 공기업인 도개공이 40%나 되는 이익을 남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재옥 회장은 “작년 건설교통부에서 제시한 적정 건축비는 평당 250만∼290만원선”이라며 “도개공이 민간업체만큼 건축비가 높은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만큼 올린 이유에 대해서 도개공은 “분양가를 시세보다 너무 낮게 책정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만 이익을 보게 되므로 그 이익을 시가 갖고 대신 공익 목적에 사용하려는 취지”라며 “같은 해 마포와 용산 지역의 평균 동시분양가에 근접하는 평당 1210만2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개공은 310억원의 분양 수익 중 210억원은 임대주택 건설에, 나머지 100억원은 고등학생의 장학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민간 건설업체들은 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분양원가 공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토지 매입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민간기업을 공기업인 도개공과 비교할 수 없고 △민간기업은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조금만 늦어져도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분양원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 분양가를 규제해 주택시장이 왜곡된 사례가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개공 김승규 사장도 “도개공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분양원가를 공개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의 공개 여부는 업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원가공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은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어도 이번 발표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며 “앞으로 민간업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민간아파트 분양가 전망▼

분양원가 공개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하향안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들끓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분양원가를 항목별로 공개함으로써 민간건설업체들도 더 이상 여론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건설회사 사장을 지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게 한 방 먹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1995년 말 자율화가 시작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 동시분양 물량의 평당 분양가는 지난해 1036만원으로 1996년 420만원에 비해 246% 올랐다. 같은 기간 기존아파트 값 상승률 178%보다 훨씬 높다.이에 따라 분양가 인상→기존아파트 가격 상승→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분양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대형건설업체들의 모임인 주택협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업계 스스로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하자는 취지로 ‘분양가격 자율조정심의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서울 11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심의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기도 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작된 이런 분양가 인상 자제 분위기가 서울시의 원가공개와 맞물려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 심의에 올라온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단지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싼 분양가를 책정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D건설 고위임원은 “대부분 사업장에서 초기 계약률이 50%를 밑도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내려 분양률을 높이지 않으면 현금흐름상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면서 “원가공개가 아니어도 분양가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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