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원화 강세’ 희비…외국인 1400억 순매도 공세

  • 입력 2004년 2월 3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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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수’가 주식시장 발목을 잡았다. 6, 7일 서방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에서 원화에 대한 평가절상(원화환율 하락) 압력이 구체화할 경우 국내 수출은 물론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런 우려를 반영해 3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 가까이 급락하면서 830선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4조1000억원대의 왕성한 매수 열기를 보여줬던 외국인투자자들도 이날만큼은 1400억원을 웃도는 순매도 공세를 펼쳤다.

▽수출관련주 타격 심할 듯=이날 주식시장에선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I의 하락폭이 컸다. 모두 수출관련주다.

이런 가운데 △INI스틸 동국제강 대한항공(달러표시 외화순부채가 많은 기업) △농심 삼양사 대상 하이트맥주(식음료 내수기업, 원재료 매입 비용 감소기업) △하나투어(원화구매력 향상에 따른 해외 여행객 증가 기대) 등 이른바 ‘원화강세’ 수혜주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원화강세(원-달러환율 하락) 추세가 종목별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일단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선 자동차 가전 통신장비 섬유업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한다. 조선업종의 경우 달러화 기준 비용이 매출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부문도 원화가치 절상으로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완성차업계가 달러당 1070원대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충격흡수가 가능할 전망.

교보증권 황성진 연구원은 “가전 전자부품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특히 중소 전자부품업체는 환율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항공업종은 반짝 수혜(?)=식음료업종은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이 10% 안팎에 그친다. 또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많기 때문에 원화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외수지 개선 효과도 발생한다.

항공업은 항공기 구매로 대규모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외화환산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남아지역의 조류독감 확산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는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가전 통신장비 등은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일부 예상된다”며 “다만 달러당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수출 경기엔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수출관련주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환율하락의 영향이 미미한 내수관련주와 경기방어주에 대해선 좀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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