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수출해도 367원 외국몫…외화가득률 63%로 하락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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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상품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외화(外貨) 가득률’이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상품 한 개를 수출했을 때 한국경제가 얻는 이득이 줄었다는 뜻으로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00년 현재 한국 수출의 외화 가득률은 63.3%로 1980년(63.1%)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1000원의 상품을 수출할 때 633원은 국내에 부가가치로 남지만 367원은 소재나 부품값 등으로 해외에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화 가득률은 △85년 64.7% △90년 69.2% △95년 69.8% 등으로 오름세를 타다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2000년 기준으로 선진국의 외화 가득률은 미국 94.7%, 프랑스 87.5%, 영국 84.3%, 일본 90.5%로 한국에 비해 대부분 20%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의 국내 자급률이 낮아진 것이 외화가득률 급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의 외화가득률은 49.7%, 통신·방송기기는 51.1%로 전체산업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또 이들 품목이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은 54.1%로 95년의 65.3%에 비해 5년 사이 11.2%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석유·석탄제품의 외화가득률은 38.4%로 전 산업 중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농림수산품과 국내 채굴광산품은 각각 89.2%와 89.9%로 90%에 육박했다.

김종귀(金鐘貴) 한은 수입산출팀장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수출이 늘어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지고 고용효과도 줄어든다”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국가적으로 기초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액에서 수출상품을 생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원자재 수입액을 뺀 액수를 다시 수출액으로 나눈 비율.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수준을 나타낸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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