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반방송보호 돌연 쟁점화 쇠고기 관련 우회압박인듯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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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8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등급을 감시대상국(PW)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바꾼 것은 ‘한국에 대한 경고’의 성격을 띤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보복도 할 수 있는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등급을 올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지만 일단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등 한미 양국이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미국의 이번 조치는 지적재산권 분야를 넘어선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방송이 쟁점=지재권과 관련된 한미간 핵심 쟁점은 ‘음반제작자에 대한 권리보호’다.

미국은 여러 차례 “전송(온라인 서비스)뿐 아니라 방송에 대해서도 음반제작자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방송사가 음반제작자의 허락을 먼저 받고 해당 음반을 방송하라는 얘기다.

이는 미국 음반제작사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한국은 작년 12월 저작권법을 부분 개정해 전송에 대해서는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방송에 대해서는 사후 보상청구권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먼저 방송하고 나중에 음반제작자가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미국은 또 “한국이 외국인에게는 보상청구권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임원선 문화부 저작권과장은 “미국의 요구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실연음반조약(WPPT)의 규정보다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디지털방송에 대해서는 보상청구권 이외에 저작권 보호장치를 만드는 등 올 하반기 저작권법을 대폭 손질할 방침임을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영상물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음반 및 비디오물 게임물에 관한 법률’도 강화할 방침이다.

▽추가 무역보복 가능성은 낮아=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최종현(崔鍾現)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북미통상과장은 “한국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유럽연합(EU) 등 11개국이 미국에 의해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며 “올해 연례 조사에서 미국이 한국의 보호등급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한 단계 더 높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1989년 이후 3차례나 우선감시대상국과 감시대상국 사이를 오갔으며 두 등급의 실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임원선 과장도 “한국은 WPPT 규정을 지키고 있으므로 미국이 WTO에 제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지재권 보호 노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시를 강화한 것은 다목적 통상 압력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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