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 타결]LG, 추가부실 3750억까지 지원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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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LG카드 회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본점 회의실에 모인 16개 채권 금융기관장. 이들은 유동성 지원 후 출자전환과 추후 손실 부담 등 LG카드의 정상화 지원안에 대해 막판 조율을 했다. 변영욱기자
9일 오후 LG카드 회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본점 회의실에 모인 16개 채권 금융기관장. 이들은 유동성 지원 후 출자전환과 추후 손실 부담 등 LG카드의 정상화 지원안에 대해 막판 조율을 했다. 변영욱기자
채권단과 LG그룹의 위기감, 정부의 압박이 함께 영향을 미치면서 LG카드 사태가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채권단은 이번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고 LG그룹은 그룹 전체의 브랜드 가치 하락을 걱정했다. 정부는 LG그룹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협상 타결을 측면 지원했다.

▽산업은행의 단독관리체제 개시=이날 합의된 정상화 지원안에 따라 산은은 5647억원을 출자(出資)해 지분 25%로 1대 주주가 되어 LG카드를 사실상 단독 관리한다. 나머지 채권은행은 이번 출자전환에만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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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산은은 조만간 경영정상화 위원회를 구성한 뒤 LG카드에 전문경영인을 보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산은을 포함한 16개 채권 금융회사는 LG카드에 우선 1조원을 출자전환한 뒤 전체 주주를 상대로 44 대 1 감자(減資)를 하고 1조원을 추가로 출자전환한다. 이어 채권단 가운데 10개 은행이 1조6500억원을 더 출자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新株)를 받을 기회가 사실상 없다. 다만 만기까지 채권을 갖고 있으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LG그룹은 앞으로 1년간 LG카드에 추가 손실이 생길 경우 유동성 지원금 5000억원의 75%인 375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지원 규모는 LG카드 회사채 인수 및 신규자금 투입 등을 통해 최대 1조7250억원으로 늘어났다.

▽숨 가쁘게 진행된 정상화 과정=지난해 11월 14일 채권단이 LG카드에 2조원을 긴급 지원하면서 시작된 LG카드 정상화 과정은 정부와 채권단, LG그룹의 줄다리기 속에 숱한 고비를 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LG카드를 청산하면 금융권 전체에 26조7000억원의 피해가 돌아온다며 채권단의 양보를 촉구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LG카드의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지원할 수 없다며 버텨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극적인 반전(反轉)을 가져온 것은 6일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의 기자회견. 김 행장은 이 자리에서 추후 부실에 대한 ‘LG그룹의 책임’을 강력히 요구했고 정부와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에 밀린 LG그룹은 LG카드가 부도 위기에 몰리기 직전 ‘결단’을 내렸다.

▽여전히 불투명한 경영정상화=전문가들은 일단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으로 LG카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태(韓丁太)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한계선상에 있는 카드 고객이 상당부분 정리된 만큼 금융회사들이 채권 만기연장을 해주고 정상영업 체계가 회복되면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동성 위기 재발 가능성을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현금서비스 고객들은 ‘돌려 막기’를 하는 ‘한계고객’이 대부분이며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서비스 한도를 더 줄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기반이 줄어드는 악순환 끝에 머지않아 다시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에서는 일단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LG카드가 새 주인을 찾아야 실질적 경영정상화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LG카드 고객 영향은 ▼

“LG카드 계속 써도 되나?”

LG카드 사태가 1차 부도 위기 직전까지 가는 진통 끝에 타결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LG카드 고객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두 차례나 현금서비스가 중단된 데다 ‘주인’까지 바뀌면서 LG카드를 쓸 때 불이익은 없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들은 “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이 결정되고 부도 위기를 피한 이상 LG카드 이용자들에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한다.

물품 구매를 할 때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채권단의 지원으로 현금서비스만 재개된다면 이용자가 느낄 불편은 거의 없다는 것.

최근 일부 가맹점이 LG카드 고객을 기피했던 현상도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넘어가면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힘들어져 무이자 할부나 누적 포인트 혜택 등은 축소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부 연체자들이 LG카드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빚이 줄거나 갚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길까 기대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채권자가 누구이건 간에 ‘채권-채무’ 관계에는 전혀 변동이 없기 때문.

LG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연체고객에게 ‘대환대출’ 등을 통해 빚을 갚을 시간을 쉽게 늘려줄 수 있었으나 산업은행 관리가 되면 ‘정상화 후 매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체고객 관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체의 관계자는 “LG카드는 그동안 LG그룹의 계열사로 그룹 이미지를 해쳐선 안 된다는 부담 때문에 채권추심의 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산업은행 관리가 되면 추심의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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