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개발 '귀재' 4인 "고객입장서 생각했죠"

  • 입력 2004년 1월 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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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진배 미래에셋투신 대표이사 상무, 이제성 대우증권 부장, 박현문 삼성생명 전무, 강영진 신한은행 차장. 김미옥기자
왼쪽부터 임진배 미래에셋투신 대표이사 상무, 이제성 대우증권 부장, 박현문 삼성생명 전무, 강영진 신한은행 차장. 김미옥기자
신한은행 상품개발실의 강영진 차장은 지난해 9월 세계적인 은행인 UBS 스위스 본사와 HSBC의 영국 런던 본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선진은행들이 귀금속 및 광물자원을 어떻게 투자하고 거래하는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평소에 ‘국내에는 왜 외국처럼 귀금속을 금융상품화하지 못할까’하는 생각을 가져왔던 강 차장은 11월 초에 돌아온 뒤 곧바로 ‘신한 골드리슈(Gold Riche) 금적립’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국내 최초로 금을 금융상품화한 것. 금을 은행에서 살 수도 있고 금을 사서 통장에 적립한 뒤 만기에 원화 또는 금 실물로 찾아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이 상품이 투자대상의 다양화로 금융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03년 최우수 금융신상품’으로 선정했다.

강 차장이 ‘현장 답사형’이라면 삼성생명 박현문 전무는 ‘통계 분석형’이다.

박 전무는 지난해 국내 각종 통계자료와 프랑스 재보험사인 스코어사의 통계자료 등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80세 이전에 노인 등이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상태에 빠질 확률이 3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는 “실제 간병 혜택이 80세 이후에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죽을 때까지 간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한 ‘무배당삼성실버케어보험’은 우수상을 받았다.

역시 우수상을 받은 미래에셋투신의 ‘미래에셋ELF 안정혼합투자신탁’은 이 회사 임진배 대표이사 상무가 직접 개발했다. 이 상품은 은행권의 주가지수연동 정기예금(ELD)과 유사한 투신권 최초 상품으로 원금보존 및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임 대표는 “이미 이 상품은 해외에서 10년 전에 개발돼 인기를 끌었던 상품인데 국내에는 없어서 개발했다”며 “이제는 국내 금융회사의 상품 개발능력도 세계적인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업체로 우수상을 받은 대우증권의 이제성 부장은 국내에도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처럼 우량기업지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량기업 20개 종목을 뽑은 ‘대표기업 지수형 마스터랩’이라는 이름의 종합자산관리상품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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