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천車 복직근로자 "남은 1000명도 일터로 돌아왔으면…"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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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천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는 해직의 아픔을 경험한 700여명의 복직자가 있다. 근로자 천효창씨(왼쪽)가 복직자들과 함께 미복직자의 복귀를 기다리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땀흘리고 있다. 인천=원대연기자
대우인천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는 해직의 아픔을 경험한 700여명의 복직자가 있다. 근로자 천효창씨(왼쪽)가 복직자들과 함께 미복직자의 복귀를 기다리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땀흘리고 있다. 인천=원대연기자
대우인천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는 특이한 일터다.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과 ‘살아남은 자’가 어울려 일한다. 4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716명이 복직자. 아직 복직하지 못한 사람도 1000여명이나 된다. 현장 직원들을 만나 해직과 복직 이후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2001년 2월 해고됐다가 지난해 7월 복직한 대우인천차의 김병호씨(35·조립1부)는 “아직도 직장이 낯설다”고 했다.

“이전에는 1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다시 2분 뒤 근무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야 장갑을 끼고 라인으로 들어섰지만 이젠 휴식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들 장갑을 끼고 일할 채비를 해요.”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하지만 7시반경 출근, 자발적으로 아침체조하고 청소하는 것도 전과 달라진 모습. 덕분에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나빴던 공기가 한결 깨끗해지긴 했다.

“좋아진 것도 같고….”(김씨)

“그게 다 자기관리가 철저해진 거야. (한번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까) 남에게 싫은 소리를 또 들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또 다른 복직자인 윤상준씨(45·차체1부)가 쉽게 풀이를 내놓았다.

2년여 동안 인력사무소를 통해 8번이나 직장을 찾아 옮겨야 했던 윤씨. 두 살, 네 살, 여섯 살의 세 딸을 둔 김씨. 이들은 직장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밖에 있으면서 ‘4대 보험(의료보험 산재보험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직장을 찾을 때도 ‘4대 보험 적용’이라는 문구를 찾았습니다. 통근버스가 있는 것, 학비 지원…. 나가보면 ‘회사 울타리의 힘’을 알게 돼요.”(김씨)

“복직하니까 휴일에 쉴 때 마음 편한 게 제일 좋아요. 해직 기간엔 쉬는 것이 고문이었지요.”(윤씨)

그렇지만 속상할 때도 있다. 과거의 경력을 완전히 인정받지 못해 심한 경우 과거 부하가 상사가 되기도 한다.

상처를 주는 일은 사소한 것들이다.

“얼마 전 동료들과 한잔하는데 ‘그랬으니까 잘렸지’라고 하더군요. 뻔히 농담이었는데, 그렇지만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어요.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윤씨)

아직도 해고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다. 대규모 해고가 없었으면 회사가 살아나기 어려웠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회사가 제시했던 ‘2년 무급휴가’를 노조가 받아들였더라면 정리해고보다는 상처를 덜 주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쉽지요.”(김씨)

하지만 이런 복잡한 마음은 모두 접어두고 있다. 복직하지 못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요구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우선은 회사가 잘돼 나머지 1000여명이 복직해야지요. 적어도 이 점에서는 모두 한마음입니다.”(모두)

부평=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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