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0%·중소기업 40%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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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 상장 또는 등록된 중소기업 10개 중 4개, 대기업 10개 중 2개는 올 상반기(1∼6월)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낮은 금리와 유리해진 환율 상황(원-달러 환율 상승) 등을 빼고 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보다 크게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 및 등록 중소기업(근로자 300인 미만) 가운데 38.6%, 대기업(근로자 300인 이상) 중 21.4%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었다.

또 상반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각각 7.7%와 2.9%로 작년 같은 기간의 9.7%와 5.0%에 비해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1000원어치 상품을 팔아 97원 남겼던 대기업의 이익이 올해는 77원으로, 작년 50원이 남았던 중소기업의 이익은 29원으로 감소했다는 뜻이다.

경상손익 적자업체의 비중도 중소기업이 33%, 대기업이 17.5%로 작년 동기 대비 3.9%포인트와 2.2%포인트 늘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크게 악화됐다.

이와 함께 상반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부담률은 중소기업 10.4%, 대기업 8.8%로 각각 0.3%포인트와 0.2%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97년의 평균 환율과 차입금 평균 이자율을 대입해 2002년 제조업체의 이익률을 계산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각각 1.1%와 ―1.0%로 지난해 실적인 7.5%와 5.4%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97년 대기업의 영업이익률 9.7%, 경상이익률 0.7%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것이다.

김지영(金知榮)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수익성 개선의 주된 원인은 금리하락과 환율상승으로 기업의 자체 경쟁력은 오히려 나빠졌다”면서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자보상비율 ▼

영업이익에 대한 금융비용의 비율. 이 비율이 100% 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빌린 돈의 이자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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