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남아있는 오무전기 근로자 귀국 도와달라"

  • 입력 2003년 12월 5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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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으로 가득 찬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회사 측이 적극 나서주길 바랍니다."

한국인 근로자 피격 사망사건이 일어난 이라크에 남편(최하영·43)을 보낸 전원자씨(41·충북 옥천군 옥천읍)는 4일 오후 2시반경 현지에서 걸려온 남편의 전화를 받고 "이라크에 남아있는 근로자들이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11월11일 출국한 뒤 '힘들지만 잘 참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두 번의 전화와는 전혀 다른 남편의 목소리였다.

전씨는 "남편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에 있는 동료들과 작성한 전화전문을 부를 테니 언론에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며 "(남편 말로는) 당초 약속과 달리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모든 근로자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베이지의 T2 미군캠프에 남편을 비롯해 16명이, 바그다드 호텔에 45명이 투숙하고 있다"며 "작업장 인근에서 매일 미사일 공격과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으로 인해, 안전지역이라는 회사측은 말은 거짓이라고 남편이 말했다"고 전했다.

전씨는 또 "남편 전화를 받고 청와대와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전문내용을 올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5일 오전 다시 글을 올렸다"며 "회사측으로부터 조만간 '전원 철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빠른 귀국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씨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이 밤마다 아빠가 아무 탈 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한다"며 "아이들의 소망이 빨리 실현되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오무전기 관계자는 "근로자들을 모두 귀국시키기로 했지만 이라크 인근 요르단의 수도 암만까지의 육로가 위험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받아 적었다는 남편의 전화 내용

"출발 전 서울 오무전기에서는 작업장소는 안전한 지역이며 만일에 부상 또는 사고시 이라크 사업자가 책임지기로 하였다. 또한 미군 또는 병원들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작업장 신변보호에 책임진다고 하였으나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한편, 우리 작업장과 장소는 이라크에서도 가장 위험한 티크리스 베이지 키르크에 있다. 작업장 바로 옆에서는 날마다 미사일 격투 및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현재 베이지에 있는 T2 미군캠프에 근로자 16명과 바그다드호텔에 45명이 있다. 우리는 하루 빨리 귀국하고 싶다. 우리의 신변안전을 위해서 속히 대한민국정부가 나서야 한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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