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엘리트 3명의 창업이야기]"작지만 내 사업하니 보람"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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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원 대신 창업한 국제공인회계사 주로니씨.-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 연구소
연봉 1억원 대신 창업한 국제공인회계사 주로니씨.-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 연구소
《나름대로 번듯한 직장을 가졌던 30대 엘리트 3명이 각자 창업에 나섰다. 1억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요구르트 전문점을 열었고, 부부가 운영하던 약국을 접고 고깃집을 열었다. 국내 대기업을 나와 미국 MBA자격까지 딴 30대도 카페풍의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이들의 창업 계기는 모두 달랐다. 그러나 자신만의 사업으로 안정된 수입을 올리려는 마음은 똑같았다. 이들의 창업 동기와 1년이 채 안 된 창업 얘기를 들어 봤다.》

▽연봉 1억운 대신 요구르트 전문점 연 주로니씨(34)=

주로니씨(34·사진)는 하와이 교포다. 국제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작년 이맘때까지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다. 연봉은 1억원이 넘었다. 그는 전략적으로 창업을 한 사례.

“직장을 그만둘 때 주위의 만류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저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계획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사업을 더 잘할 자신도 있었고요.”

평소 생각해 오던 요구르트 전문점 생각을 구체화한 것은 작년 11월. 건강을 생각하는 시대 조류에서 얻은 착상이었다. 국내에 관련 사업이 없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때부터 외국 유명 요구르트 회사에 국제전화를 해 샘플을 요구했고, 맛있는 과일과 함께 섞어 마침내 ‘아이스크림 같은 독특한 요구르트’를 만들었다. 어린 학생과 할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시음을 권하고 의견을 구했다.

올 3월 이화여대 인근에 첫 가게를 열었다. 작은 사업이지만 처음부터 크게 생각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았다. 지인들에게 독특한 맛을 선보이고,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도 직접 보여줬다. 투자 유치에 성공해 지금은 강남역 인근에 170평 매장을 여는 등 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을 고려할 때 투자유치 방안도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업계획으로 자신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다.”

약국대신 고기집 문 연 윤종권씨.-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 연구소

▽약국 대신 고깃집 운영 윤종권씨(39)= 윤종권씨(39·사진)와 그의 아내는 13년간 경기 용인시 수지 1지구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의약분업이 음식점 창업의 계기가 됐다. 더 이상 약사로서 재량을 발휘할 수 없는 데다 임대 약국이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 매출이 줄어든 것.

“약국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져 길어야 10년밖에 더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창업 결심을 굳혔죠.”

올 8월 약국이 있던 자리에 고기집을 열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강원 홍천군까지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인상 때문에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호텔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의 ‘너무 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자연스러운 친절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수입요? 약국 운영 때보다 낫습니다. 월 5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지요.”

최근 외국인 노동자 단속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갑자기 종업원을 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 그는 “창업 초기라 그런지 종업원 관리가 제일 힘들다”며 “창업을 하기 전 종업원 관리 하는 ‘비법’을 터득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골고객이 많아 종업원 친절교육이 중요한 과제라는 것.

윤씨는 앞으로 약학 지식을 살려 자신만의 독특한 메뉴를 개발한다는 꿈에 젖어 있다.

미국서 MBA따고 고기집을 개업한 김동현씨.

▽MBA 자격증 딴 뒤 ‘카페풍 고깃집’ 운영 김동현씨(34)=

국내 대기업을 4년 넘게 다니던 김동현씨(34·사진)는 200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직장생활을 하며 보아 온 직장인의 말로가 그리 아름답지 못해 뭔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MBA 과정에 들어간 것.

그런 그는 지난해 10월 귀국을 앞두고 미국에서 창업 결심을 굳혔다. ‘작더라도 내 사업이 낫다’는 이유였다.

부모님은 만류했지만 직장 생활의 고충을 아는 형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줬다.

올 3월 여의도에 프랜차이즈 가게를 낸 후 처음 3개월간은 고전했지만 최근에는 월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을 찾고 있다.

김씨는 “직장 생활과 비교하면 힘든 점이 많다. 특히 종업원이나 다른 이해관계인을 다루는 일이 힘들다. 창업을 하기 전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창업을 해 보니 직장생활에 비해 자기 시간이 거의 없고 몸이 힘든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 그의 경험. 직장생활에 비해 수입이 많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했다. 감가상각비와 자신과 부인의 인건비로 가져가는 돈은 월 1000만원 이상.

몸은 힘들지만 ‘내 사업’을 한다는 기쁨에 그는 인근에 똑같은 가게를 하나 더 열었다.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엘리트 출신일수록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업 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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