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大그룹 대선자금 손댈까]검찰 “경제 어려운데…” 멈칫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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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비자금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면서 SK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선 당시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5대 재벌그룹을 비롯한 재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지난 대선 때 SK 이외에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다른 재벌에서도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로서는 SK 이외의 다른 재벌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며 일단 수사 확대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0일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수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고,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검찰이 이처럼 고심하는 것은 수사 확대 쪽으로 방향을 정할 경우 경제와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검찰의 부담이 되고 있다.

더구나 SK비자금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섣불리 수사 확대 방침을 정했다가 이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치공방에 검찰이 휘말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검찰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선자금과 관련해 무제한적인 특검제를 제안한 상황이어서 무조건 수사 범위를 넓히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검찰 수뇌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확대 수사를 위한 충분한 단서도 아직 확보되지 못했다’는 검찰의 설명을 뒤집어보면 ‘충분한 단서만 확보되면 언제든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12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14일 검찰에 출두하기 전 대검 기자실에 들러 “SK에서 임직원 명의로 나눠 돈을 받은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3억원을 한 기업에서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 수사 단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그룹의 100억원 수수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도 지원했으니 SK도 도와 달라”고 김창근(金昌根)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말한 바 있어 ‘다른 기업’의 수사확대를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이 다른 재벌기업의 대선자금 제공과 관련한 단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수사 확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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