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념 한파에 강남떠난 돈 청약시장으로 몰린다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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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는 사이에 수도권의 주상복합아파트와 지방의 분양아파트에 청약이 몰리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토지공개념 도입 여파로 강남권이 급속히 위축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이리저리 몰리는 모습이다.

마치 부동자금이 정부와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투자 행태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자칫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로동 주상복합은 63.4 대 1=남광토건이 15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쌍용 플래티넘’은 219가구 모집에 9092명이 몰렸다.

155가구를 모집한 아파트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55 대 1, 주거용 오피스텔(64실)은 1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25가구를 모집한 38평형은 15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려 6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 수지읍 풍덕천동에서 분양한 ‘태영 데시앙2차’는 1순위에서 1.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249가구 청약이 모두 마감됐다.

올 상반기만 해도 3순위까지 가야 청약 미달을 겨우 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달라진 분위기다.

충남 천안, 부산 등 지방 부동산 시장도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두산건설이 최근 부산 동구 좌천동에 분양한 두산위브(425가구) 34평형은 1순위에서 3.95 대 1로 마감된 데 이어 24평형도 2순위에서 1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문을 연 대전 ‘LG 한밭 자이(Xi)’ 모델하우스에는 평일에도 2000여명의 투자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시 동시분양 청약경쟁률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차 동시분양 1순위 경쟁률 5.7 대 1을 최저점으로 △7차 8.8 대 1 △8차 13.5 대 1 △9차 20.0 대 1 등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높은 청약률 왜?=부동산 업계에서는 아직도 아파트에 대한 투자열기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토지공개념 여파로 서울 강남권이 움츠러들자 유동자금이 주상복합아파트와 지방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특히 투자자들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이나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은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재테크의 포인트로 삼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사업성이 높은 사업지를 골라 중도금 무이자, 이자후불제 등 다양한 금융혜택을 함께 내놓는 마케팅 전략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와중에 정책을 거스르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각종 부동산 전망 지표에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조짐이 뚜렷하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자산가치가 가장 크게 하락하는 것은 주상복합아파트이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큰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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