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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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로 129일간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여오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예상된다.

17일 오전 8시50분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내 85호 크레인 위에서 이 회사 김주익 노조위원장(40)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노조원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 위원장은 매일 오전 8시반 크레인 밑에서 열리는 노조투쟁보고대회를 35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내려다봤으나 이날은 나타나지 않아 노조원들이 크레인 위로 올라가 보니 기계실 기둥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

기계실에서는 김 위원장이 9월 4일자와 9일자로 쓴 유서 4장이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유서에서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패한다면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 한 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위원장이 장기농성에도 노사협상에 진척이 없는 데다 회사측이 파업 노조원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부 노조원이 이탈하자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노조원들이 그동안 진수를 막아온 컨테이너 선박을 15일 오전 회사측에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강제로 진수한 것도 자살을 부추긴 요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3월부터 명예퇴직과 임금·단체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을 빚어왔으며 김 위원장은 올해 6월 11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살아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크레인에 올라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크레인의 문을 안으로 잠그고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전화통화로만 노조원들과 대화했고, 식사는 밧줄에 매달아 올려 해결했다.

한진중공업은 91년 5월에도 당시 박창수 노조위원장이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는 의문사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편 김 위원장의 자살을 계기로 그동안 잠잠했던 노동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강경투쟁 방침을 밝혔으며,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까지 현장을 방문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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