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으로 ‘뇌물 잔치’ 벌여…검찰 34명 기소

  • 입력 2003년 9월 29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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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검찰이 발표한 공적자금 비리 중간 수사 결과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부실기업과 그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 부실기업이 지원받은 공적자금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에 사용한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없어 전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또 부실기업들의 대출 사기가 더욱 교묘해지고 심각해졌으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주류 제조 및 판매업체로 성장한 진로그룹은 1999년 7월 화의 인가가 난 이후에도 비자금 15억8000만원을 마련해 임원들의 접대비, 벤처기업 및 주식 투자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채무 변제를 유예하는 ‘화의’ 제도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화학섬유 제품을 생산하던 고합그룹은 98년 1월 채권 금융단이 자금관리단을 파견하기 전 회사자금 7억5000만원을 빼돌리고 한일은행 임원에게 뇌물을 전달하고 계열사 자금 30억원을 C선교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였던 건영그룹도 노무비를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 121억원을 조성했으며 97년에는 이 회사의 법정관리인도 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주택재개발조합장에게 뇌물로 전달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사기 수법이 대담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검찰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으로 이어진 부패의 고리를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기업이 적발돼 비자금 규모가 비교적 적은 데다 비자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유통돼 최종 사용처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받아간 과정이나 이들 기업이 지금까지 퇴출되지 않았던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 점은 검찰의 책임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국민의 혈세를 제 돈처럼 탕진한 부실기업의 생존이 정 관계 로비와 관련됐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부실 수사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차 공적자금 비리 수사 결과
기업범죄 요지부실채무(단위:원)기업 상황검찰 처분 결과
진로그룹대출사기 5500억원계열사 부당지원 6980억원비자금 15억8000만원 조성, 횡령1조9000억98년 3월 화의 인가2003년 5월 법정관리 개시장진호 회장, 한봉환 부사장 구속기소
고합그룹대출사기 6794억원계열사 부당지원 497억원회사자금 7억5000만원 횡령1조2152억98년 11월 4개사 워크아웃 선정99년 3월 워크아웃 진행 중장치혁 회장, 이상운 부회장 불구속 기소
건영그룹대출사기 1000억원비자금 121억원 조성 횡령뇌물제공 3억원 1260억96년 8월 부도97년 5월 법정관리 개시엄상호 회장, 이금용 이사 구속기소
갑을그룹대출사기 5500억원계열사 부당지원 2225억원7000억98년 7월 워크아웃 약정 체결2003년 4월 법정관리 개시박창호 회장 구속기소
대산건설대출사기 285억원회사자금 8억7000만원 횡령1100억97년 12월 부도 98년 6월 화의인가 결정최진강 사장, 오진섭 이사 구속기소
열린금고대출 사례금 수수1220억2001년 4월 영업인가 취소2001년 5월 파산 선고손성호 대표 구속기소
㈜동신대출사기 92억원99년 순손실1078억97년 화의인가노진각 회장, 김창훈 부회장 구속기소

공적자금 비리 연루 기업 주요 혐의
기업분식회계사기대출부실채권
진로5000억5500억1조9000억
고합5517억6794억1조2152억
건영260억1000억1260억
갑을889억5500억7000억
대산737억285억1100억
동신

92억

열린금고공적자금 투입 1220억 부실 금융 386억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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