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정부 예산안]‘성장 투자’ 줄이고 분배에 중점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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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일단 ‘균형’과 ‘긴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나라 살림을 위해 더 이상 빚(적자국채 발행)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당초 균형예산으로 짜여졌던 올해 재정이 태풍 ‘매미’에 따른 피해 복구를 위해 편성키로 한 약 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한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정했느냐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산업 분야 예산을 줄인 것은 경기 활성화나 국가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이번 예산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분배 성격이 짙은 사회복지 예산이 12조15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2% 증가한 반면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SOC 건설 예산은 17조1679억원으로 6.1% 감소했다. 1997년과 비교하면 사회복지예산은 약 3배로 늘어난 반면 SOC예산은 같은 기간 1.67배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사회복지 예산은 대부분 소모적 지출에 그치는 만큼 경기 활성화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며 “김대중(金大中) 정부 이전의 역대 정부에서 일각의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사회복지예산보다 SOC예산 등 생산적 분야 예산 증액에 신경을 쓴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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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조세연구원 최준욱(崔浚旭) 연구3팀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번 예산 편성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균형’과 ‘긴축’이 키워드=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115조1300억원, 1차 추경예산 포함)보다 2.1%밖에 늘리지 않은 117조5429억원으로 잡았다. 정부가 태풍피해 복구를 위해 추진 중인 2차 추경예산(약 3조원)을 포함하면 내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 예산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걸프전이 일어났던 199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그 당시 1991년 본 예산은 26조9707억원으로 1990년 추경 포함 예산 27조4557억원보다 1.73% 감소했었다.

가뜩이나 재정이 나빠진 상태에서 더 이상 적자재정이 이어지면 ‘재정파탄’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균형-긴축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년에 최종적으로 균형재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번 예산 편성의 전제로 내년에 한국경제가 경상성장률 8.0%(실질 경제성장률 5.5%+물가상승률 2.5%)를 보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민간연구소나 국제 금융기관들의 내년 실질 성장률 전망치가 4%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稅收) 손실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도 당초 균형재정으로 편성했으나 결국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금 부담은 줄어든 것일까=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이 22.6%로 올해(22.8%)보다 0.2%포인트 낮아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 지방세 부분은 단순 추정치로만 계산됐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방세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과표)이 올라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도 1인당 평균 조세부담액이 318만원으로 올해(300만원)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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